과태료 회피 아파트분양 ‘꼼수 마케팅’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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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태료 회피 아파트분양 ‘꼼수 마케팅’ 눈총
  • 석현주 기자
  • 승인 2021.03.1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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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 홍보업체

홍보문구 적힌 종이가방 든

수십명 환경정화 퍼포먼스

도로변엔 ‘인간 현수막’도

시, 도시미관 저해 지속계도
▲ 아파트 분양 홍보업체 관계자들이 지난 주말 분양 홍보용 종이가방을 들고 태화강국가정원으로 나왔다.
아파트 분양 홍보업체들의 광고 방식이 날이 갈수록 진화를 거듭한다.

불법 현수막 설치로 인한 과태료 처분을 피하기 위해 ‘인간 현수막’을 고용하고, 환경정화활동을 빙자한 퍼포먼스 활동까지 펼치고 있다.

지난 주말 태화강국가정원에 대규모 환경정화 군단이 출몰했다. 이들의 어깨에는 아파트 분양자를 모집하는 광고 문구가 적힌 종이가방이, 손에는 쓰레기를 주워 담을 집게가 들려 있다. 이들은 100m 이상의 먼 거리에서도 홍보 문구가 선명하게 보일 수 있도록 대형 종이가방을 들었다. 손에 들고, 어깨에 메고 종이가방을 두 개씩 든 경우도 있다. 수십명이 동원된 이 퍼포먼스는 13일 오후 온종일 지속됐다. 언뜻보면 환경정화 활동처럼 보이지만, 정작 쓰레기를 주워 담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빈 종이가방이 태반이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현대해상사거리에는 30대 젊은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이들은 시급 1만원 가량에 고용된 ‘인간 현수막’ 아르바이트생들이다.

불법 현수막 설치로 골머리를 썩이던 아파트 분양 등 홍보업체들이 과태료 처분을 낮추거나 피하기 위해 ‘인간 현수막’을 고용한 것이다.

인간 현수막은 말 그대로 2~4명이 1개 조를 이뤄 현수막을 들고 서 있으면 된다. 가로수나 전신주 사이에 줄로 묶는 기존의 고정형 현수막과 달리 단속반을 발견하면 재빨리 현장을 벗어날 수 있다. 인간 현수막은 아파트 분양 광고에 주로 동원되는데 온라인 아르바이트 중개 사이트에도 종종 게시된다.

그런데 옥외광고물법 등에 따라 현수막은 설치 형태를 막론하고 지자체가 정한 장소에 사전 허가없이 설치하면 불법이다. 불법 현수막을 표시하거나 설치한 사람에게는 적발 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인간 현수막’을 따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또 지자체가 수시로 주요 교차로나 도로를 중심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인간 현수막을 적발한 사례도 거의 없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인간 현수막이 불법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가로수에 설치하는 것보다 추가 비용이 들지만, 과태료보다는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현장을 발견하더라도 현수막을 접거나 이동하면 단속할 방법이 없다. 도시미관을 해치고 안전사고를 유발할 우려가 있어 지속적인 계도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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