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수의 도시와 인간(15)]‘슬세권’ ‘15분 도시’… 도시의 뉴노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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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수의 도시와 인간(15)]‘슬세권’ ‘15분 도시’… 도시의 뉴노멀
  • 경상일보
  • 승인 2021.03.23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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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건강·문화 제공 도시뉴노멀
편리함과 소박함 담긴 ‘슬세권’
‘21분·15분 도시’ 선거공약 등장
▲ 성인수 울산도시공사 사장

프랑스 파리 안 이달고(Anne Hidalgo) 시장의 공약은 평등·연대성·15분 거리 도시다. 생태환경 중심의 살기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모두의 파리’라는 이달고 시장의 슬로건은 도시 이용에 있어 모든 시민들의 권리를 고루 존중하고 주택공급정책의 다양화를 통해 모든 시민들에게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의 이런 공약은 서민층의 지지를 받았고, 그는 2020년 파리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그의 첫 정책공약은 ‘도보와 자전거로 통행하는 푸른도시, 파리’이다. 시내 전역을 30㎞로 속도를 제한하고 노상주차장 4분의 3을 없애 자동차가 아닌 사람의 도시로 바꾸겠다고 했다. 둘째 공약은 ‘연대(솔리데리떼)의 도시’로 각종 소득계층을 위한 세분화된 주택공급, 시민의 구매력 증대, 여러 세대를 위한 기반서비스 확충이다. 셋째 공약은 ‘모두가 평등한 파리를 위한 약속’이다. 넷째 공약은 ‘15분 도시 파리’이다. ‘15분 도시’란 근거리 서비스로, 동네 주민끼리 길에서 만나기 쉽고, 마을과 환경을 함께 가꾸며 공동체를 만드는 도시이다.

2002년 발표된 ‘2030 멜버른 계획’과, 2010년 발표된 ‘2030 포트랜드시 계획’은 ‘20분 도시’이다. 2014년 호주 말콤 턴벌 수상이 기차 중심의 광역 시드니를 위해 만든 아이디어는 ‘30분 도시’이다. 도노반 뉴욕시장 후보도 ‘15분 도시’ 공약을 발표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당선과 동시에 공동체가 번창할 수 있는 방법으로 걷거나 자전거, 대중교통을 활용한 ‘15분 도시’를 소개했다.

‘15분 도시’는 주택, 근무지, 병원, 식료품, 문화, 스포츠 시설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기능이 자동차로 15분 이내, 걷거나 자전거로 25분내 도달 가능한 도시를 말한다. 자동차 이용이 줄어들고 모든 것을 가까운 거리에서 해결하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기가 쾌적해지고, 신선한 채소가 공급되고, 건강 시설·상품과 서비스를 가까이서 얻을 수 있게 된다. 자동차가 아니라, 보행자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 거리를 돌려주자는 주장이다.

100여년전 기차와 자동차 중심 도시에서, 페리(C.A.Perry)가 주장했던 초등학교 중심의 근린주구(近隣住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근린주구는 초등학교 하나와 점포, 녹지 따위의 시설을 갖추어 문화적인 일상 생활과 사회적 생활을 확보할 수 있는 이상적 주택지의 단위를 말한다. 새 도시주의자들은 5분 걷기(400m), 15분 걷기(1200m), 5분 자전거(1600m), 5분 전기자동차(2700m), 15분 자전거(4800m), 15분 전기자동차(8000m) 거리를 기준으로 마을 범위를 규정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기준’이다.

우리에겐 ‘15분 도시’와 다른 생활권들이 있다. 역세권(지하철 권역), 학세권(학군 범위), 숲세권(숲에 가까움), 몰세권(대형마트 몰), 편세권(편의점 중심), 슬세권(슬리퍼 산책 지역), 옆세권(인기지역 옆 동네), 쓱세권(신세계마트권), 욕세권(악플 달리는 곳이 뜬다), 맥세권(맥도널드 배달권), 스세권(스타벅스 매장거리), 다세권(다이소), 공세권(공원 중심)등이다. 이들 권역이 부각되는 이유도 가지가지다.

인구밀도가 낮은 서구보다 우리 수도권의 생활권은 밀도가 높다. 서구권에서는 밀도를 높이려 압축도시(콤팩트 시티)를 주장하지만, 우리 대도시는 이미 압축도시 수준이다. 이번 보선에서 ‘수직 정원도시’도 등장하고, 한 서울시장 후보 선거공약에는 ‘21분 도시’, 한 부산시장 후보 공약에는 ‘15분 도시’가 등장하고 있다. 슬리퍼를 신고 거니는 ‘슬세권’의 마을 범위는 편리함과 소박함의 표현이다.

성인수 울산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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