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중고차 진출을 10년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돼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현대차가 또하나의 암초를 만났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문제를 두고 중고차 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도 1년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대기업의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중고차 업계는 기업 진출로 자동차 매매업 생태계가 파괴되고 중소 업체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 규모만 20조원에 달하는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신규 진출과 확장 등이 제한돼 왔지만, 지난 2019년 초 지정 기한이 만료됐다.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지만, 동반성장위원회는 그해 11월 부적합 의견을 내, 대기업에도 중고차 시장 진출의 길이 열렸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차는 6년·12만㎞ 이하의 매물만 취급하겠다는 상생 방안을 내놓았지만, 중고차 업계는 반대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중고차 상생협력위원회’ 출범을 추진했지만, 중고차 업계의 불참으로 무산된 이후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 간 협의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완성차 업계는 수입차 업체들 대부분이 이미 국내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어 국내 완성차 업체만 제한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2017년식 제네시스 G80 가격은 신차 대비 30.7% 떨어졌지만,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는 벤츠의 E클래스는 25.5%, GLC는 20.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현대차 등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중고차 업계는 6000여개 매매업체들의 생계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현대차와 기아, 한국GM 등 자동차 제조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10년간 금지하는 ‘중고차매매상생협력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규제 종료 2년 전부터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해 완성차 업체와의 상생 협력 방안을 협의하고, 이를 토대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규제 연장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중고차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완성차 업계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진출은 생계업종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할 문제지 별도 법안으로 규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제한 기간을 10년으로 정해야 하는 근거도 충분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