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우 경제옹알이(5)]내로남불: 내가 벌면 노동소득 남이 벌면 불로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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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우 경제옹알이(5)]내로남불: 내가 벌면 노동소득 남이 벌면 불로소득
  • 경상일보
  • 승인 2021.04.0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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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노동시간 안정적인 자산 누리는
건물주가 이 시대 청년들의 꿈이라니
나라 걱정되지만 그들탓만 할순 없어
  
상사나 사장은 불로소득 많아 보이나
위험 감수에 따른 대가로 인정해야

기술발달로 더 많은 투자기회 발생
더 큰 투자위험 감내 요구하는 대신
성공했을 때의 보상도 훨씬 증가
  
소득구분 수학적 기준으로 판단하면
위험이 없는
 경우에 불로소득
수용 가능한 위험수준 찾는법 배워
주식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투자해야


옳고 그름은 가치적 판단이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크고 작음은 수학적 판단이다. 시대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 문제의 정답과 오답은 문제를 내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달라지는 측면이 있다. 맞고 틀림에는 옳고 그름이라는 가치판단이 들어있고, 크고 작음이라는 수학적 판단이 섞여 있기도 하다. 어떤 문제에서는 가치적 판단과 수학적 판단이 전혀 다른 결론을 가리키기도 한다. 필자에게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서는 맞고 틀림은 수학적으로 보면 대강 맞고, 가치적 판단과 수학적 판단을 두루뭉술하게 섞으면 안 된다고 가르쳐 주셨다.

요즘 청년들의 꿈은 건물주라고 한다. 건물주는 적은 노동시간과 안정적인 자산, 그리고 풍족한 소비생활을 연상시킨다. 청년들의 꿈이 건물주인 나라의 미래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옛날에도 사람들은 건물주를 꿈꾸었다고 하니, 꼭 지금의 청년세대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불로소득을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렇다면 불로소득과 노동소득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정답은 ‘내가 벌면 노동소득이고, 남이 벌면 불로소득’이라는 것이다. 문제를 내는 필자의 의도가 그렇다.

많은 직원들은 상사나 사장을 부러워한다. 일은 직원들이 하는데 돈은 상사나 사장이 다 가져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승진이다. 승진하면 적게 일하고, 더 많은 월급을 가져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승진하기 전의 상사의 월급은 불로소득이지만, 내가 승진한 후의 내 월급은 노동소득이다. 금융업으로 돈을 버는 일도 불로소득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돈만 빌려 주고, 땀 흘려 일한 사람들의 생산물을 이자라는 명목으로 받아가기 때문이다.

금융혐오에 대한 반론은 이자는 위험감수에 대한 대가라는 논리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험을 싫어한다. 누가 나에게 1억원을 준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데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냥 1억원을 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2억 원을, 뒷면이 나오면 0원을 받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1억원을 받는 것을 선호한다. 위험을 싫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누군가에게 1억원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역시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냥 1억원을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2억원을, 뒷면이 나오면 0원을 주는 것이다. 이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전을 던지는 것을 선택한다. 받을 때와는 달리 줄 때는 위험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중적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위험에 대한 태도와 통계를 활용하면,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다. 성공하면 2억원을 벌고, 실패하면 0원이 되는 사업이 있다고 하자. 확률은 50%다. 그러한 사업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그 사업과 현금 9000만원을 교환하자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험을 싫어하기에 교환을 선택한다. 1000만원이 적더라도 확실한 9000만원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한 사업 2개를 모으면, 2000만원의 불로소득이 발생할 확률이 생긴다. 100개를 모으면 통계의 영역이 된다. 거의 확실하게 불로소득이 발생한다. 위험에 대한 태도와 통계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불로소득이지만, 위험에 대한 태도와 통계를 활용하는 사람에게는 불로소득이 아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것이다. 다만 통계를 활용하여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보험사는 그렇게 돈을 번다.

거기에 사장이 놀면서 돈을 더 많이 가져가는 비밀이 있다. 직원은 매달 고정적인 월급을 받는다. 위험이 적은 확실한 금액을 매달 가져가는 것이다. 사장은 사업이 잘되지 않으면 손해를 보기도 한다. 이번 달에는 사업에서 이익을 보아서 집에 돈을 많이 가져갈 수도 있지만, 다음 달에는 손해를 보아서 집에 한 푼도 들고 가지 못할 수도 있다. 사장은 직원이 하는 일의 결과에 대한 위험을 직접 감수하고, 직원에게 고정적인 월급을 준다. 대신,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보험료를 직원에게 징수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사장은 놀면서 돈만 가져가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위험 감수라는 측면에서 보면 사업의 위험을 감수하고 직원에게 안정적인 월급을 주는 대신 보험료를 받아가는 것이다. 돈을 잘 버는 사장일수록 위험은 적게 감수하면서 직원들에게 보험료는 많이 징수해간다. 그리고 얄밉게 이야기 한다. 억울하면 너도 회사 만들라고.

▲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문제는 시대가 계속 변한다는 것이다.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인공지능이나 가상현실과 같은 첨단기술은 더 많은 투자와 위험감수를 요구하는 대신 성공했을 때의 보상도 무척 크다. 1조원를 투자해서 1조원을 다 날릴 수도 있지만, 10조원 이상의 성과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농업과 같은 전통산업은 아무리 많이 투자해도 성공의 보상이 첨단산업보다 적다. 거대한 자본을 가지고, 투자실패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들은 결국 첨단산업을 통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가져간다. 그렇게 경제력의 집중과 부의 불평등은 계속 심해진다. 불평등은 나쁘다는 가치적 판단과 첨단기술의 경제적 잠재력이 더 높다는 수학적 판단은 점점 더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맞고 틀림은 수학적으로 보면 대강 맞는다고 배웠지만, 항상이 아닌 대강이기에 어렵다.

가치적 판단과 수학적 판단을 두루뭉술하게 섞지 말고 수학적 기준으로 판단하면, 불로소득을 구분하는 기준은 위험을 감수하는지 하지 않는 지이다. 내가 벌면 노동소득 남이 벌면 불로소득은 그저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한 수사일 뿐이다. 모두가 첨단산업의 위험을 잘 감수하고 혜택을 보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더 잘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을 찾아내는 방법을 배우고, 그 위험을 감수하며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고 가져가는 방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 판단된다. 그리고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첨단산업에는 주식과 같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교육하고 확산시키는 것이 필자가 현재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이다. 투자와 금융은 원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그 본질이다.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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