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증명(證明)과 공인(共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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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증명(證明)과 공인(共認)
  • 경상일보
  • 승인 2021.04.1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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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수 판화가

이집트의 나일강은 고대 4대 문명 발생지에 속한다. 그 산물이 피라미드였으며 그 피라미드의 원형은 정삼각형이다. 이 피라미드의 매력에 빠진 사나이가 있었다. 그가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이다.

피타고라스는 증명의 선구자였다. 정삼각형을 이등분한 직각삼각형, 이 직각삼각형의 변이 (a²+b²=c²)이란 사실도 수학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그냥 외우면서 증명된다는 사실들을 알았다. 학창시절에는 피타고라스 정리를 어디에서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도 모르면서 그 증명공식을 외우고 시험을 쳤다. 그리고 잊어버렸다. 그러나 이런 것이 증명이란 사실은 알았다.

고대 그리스 학자들의 사이에는 ‘공인’이라는 용어도 썼다. 증명되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내용이다. 어떠한 사실들이 공인이 되기까지는 그 이유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고대국가에서는 증명과 공인이 있었기에 당시의 문화를 창조할 수 있었다.

오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퇴역하고 시골의 구석에 작은 텃밭을 일구었다고 자랑하며 한 번 놀러 오라는 것이다. 그 친구의 안내로 시골 농로를 따라 천천히 차를 몰고 갔다. 어느 곳에 이르자 길은 있는데 통행을 제한한다는 안내판이 서 있다. 그 이유는 이 길의 일부가 사유지이므로 남의 땅을 밟지 말라는 안내판이다. 먼 길을 돌아 친구 텃밭에 이렀다. 어떤 동네에는 넓은 길이었는데 새로운 지주가 소유권을 주장한다고 좁은 길로 되돌아갔다. 그렇다고 그 땅 만큼 작물을 심어도 수확이 많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동네의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960~1970년대 우리는 새마을운동과 더불어 마을길 넓히기를 시작으로 번영을 위한 개발도상국 시기가 있었다. 이때는 누구나 마을길을 넓히려고 자기 땅 일부를 무상으로 마을에 기부하며 그 운동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를 도로로 명시화 하지 않고 동네 사람들에게 공인된 것으로 오랫동안 사용하였다. 즉 등기를 통한 증명과정을 생략한 것이다. 당시의 사람들은 세상을 떠나고 그 땅은 자식들에게 물려주거나 매각되어 주인이 바뀌기도 했다. 현재의 소유자가 소유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런 길의 통행자 입장에서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고대 서양의 철학자 호메르스는 그의 글 <오디세이>를 기술했다. 유명한 트로이 전쟁이다. 트로이 전쟁의 원인은 공인을 무시하고 권력으로 자기 주장만 한 것이다. 그 난공불락의 트로이 성도 많은 사람들의 지혜로 인해 무너지고 망한다는 내용이다. 임진왜란의 충무공 이순신 장군도 혼자만의 머리로 왜병을 물리친 것은 아니다. 계급이 낮은 병사의 의견에서 자연이치의 지혜를 수용했기 때문에 모든 전투를 승리할 수 있었다.

한 지역민은 이렇게 하소연한다. 그 땅의 소유자도 경제개발의 혜택을 받았다. 그리고 이 길의 포장도, 저곳 다리도 당시 나라에서 건설했다. 이 길을 막으려면 이 땅의 소유자는 진입로 전체를 다니지 말아야 하며, 저 다리도 건너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 답답한 것은 지방단체장이 이를 공정하고 타당성 있게 해석하여 법을 제정해야 하는데 사유재산 인정에 겁을 먹고 눈치만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덧붙여 이런 땅의 소유자에게는 개발이나 수용에 들어갈 때는 기부한 땅도 값을 치러줘야 한다는 사실도 빼놓지 않는다.

나는 어릴 때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들었다. “길을 막지마라. 내 땅이라도 남이 다니는 길을 막으면 그 집안은 망한다.” 그 말 속에는 ‘불편을 겪는 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이길 수 없다’라는 숨은 뜻이 있다.

박현수 판화가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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