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과 비닐이 골칫거리다. 장보기의 마무리는 언제나 포장재 정리로 끝난다. 비닐을 벗기고 플라스틱을 하나둘 정리하다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유기농 가게에서 산 물건의 정리도 여느 마트 장보기 뒤처리와 다르지 않다. 제품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보호(?)한 까닭에 비닐과 플라스틱의 정리와 뒤처리는 쉽지 않다. 고향 장터의 다양한 농수산물도 원거리 배송으로 재활용 포장재는 점점 늘어가고, 플라스틱과 비닐에 민감해질수록 이 둘은 쌓여가고 또 버려진다.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과 자원 재활용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선택’이다. 아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교과서의 활용을 살펴본다. 저학년 교과서 붙임 자료는 스티커로 된 것이 많다. 그려서 오리고 붙이던 활동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반듯하게 재단된 스티커가 보조자료로 제공된다. 스티커 자료를 사용하는 수업이 끝나면 20명이 넘는 아이들이 동시에 버리는 쓰레기양이 만만치 않다.
교육과정이 개정되고 새 교과서가 나올 때마다 교과서를 분석하고 첨부된 붙임 자료들의 활용과 문제점들을 분석한다. 정선된 붙임자료는 스티커 자료와 점선에 따라 잘라서 사용하는 자료들로 첨부되어 진다. 사용하고 난 스티커 틀들과 코팅된 종이들은 재활용이 아닌 종량제 봉투에 버려진다. 편리하지만, 불필요한 쓰레기가 생산되는 과정이다.
교과서와 관련한 ‘알고 있는 선택’은 또 있다. 교과서 물려 주기이다. 교과서 물려주기, 공문에 의해 가능했던 이 선택지는 얼마나 현실적으로 실천되고 있을까? 매년 교과서는 학생 수에 맞게 주문된다. 물론 교과서 겉표지 안쪽에는 교과서 물려주기를 통해 물려받은 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쓰는 표가 있다. 최근 몇 년간 사용한 일은 거의 없다.
교과서 물려주기는 아이들이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자원을 아끼는 방법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우리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와 이를 통해 생태적 삶과 지구의 자원을 아낄 수 있는지 실천할 수 있는 ‘알고 있는 선택’이 교과서 물려주기이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교육의 첫걸음을 교과서 물려주기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학교 기반 시설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그린 스마트 교육환경을 통해 에너지 절감을 시각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보여주는 것도 교육적인 가치가 충분하지만, 우리 아이들 스스로 탄소중립 방법을 실천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은 지속 가능한 방법이다.
울산시교육청의 시원한 지구를 위한 에너지 4연산 생활화와 공유경제의 체험으로써 교과서 물려주기는 아주 쉬운 ‘알고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양질의 삶을 위해서 학교 교육과정 속에서 마중물 역할을 하는 실천적 교육 방법은 없는지 아이들과 함께 더 많이 고민해야겠다. 임수현 중남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