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미술학부 1998년에야 설치돼
지역 화단 이끌어갈 원로작가 부재
졸업생 수련없이 프로작가 대열에
갤러리들에게 냉혹한 평가 받기도

미술은 각 시대의 문화를 기록하고 반영하기 때문에 우리는 미술 문화를 통해서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나아가 문화의 창조와 발전을 보강해 나갈 수가 있다.
울산 미술사의 출발점은 한반도 선사미술의 최고봉인 반구대암각화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번 칼럼에서는 유구한 세월을 다 읊을 수 없어 현재와 가장 가까운, 지난 반세기 울산의 현대미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울산의 현대미술은 공업 입국의 캐치프레이즈 아래 공업화의 메카로 어느 순간 탈바꿈한 당시 도시환경 때문인지 이렇다 할 내용을 찾기 힘들다. 그러나 최근에는 TEAF(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 같은 괄목할만한 전시나 미술 행사가 자리 잡았고 지역 곳곳에서 청년 미술인들이 도모하는 학습 형태의 진지한 시도들이 연륜을 쌓아감에 따라 어느 날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때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간 울산 지역 동시대 미술 환경의 특징을 간단히 살펴보자면, 지역 유일의 4년제 종합대학교에 미술학부가 처음 설치된 해가 1998년이므로 지역 대학을 연고로 하는 미술인 수가 매우 적었다. 미술학도의 진학이 대부분 관외로 이루어져 작가가 되었을 때 지역으로 회귀하는 경우 또한 거의 없다. 지역 화단을 받쳐주고 후배 미술인의 지주가 되어 줄 원로 작가도 드물며, 타 지역과 달리 각종 미술 단체의 주요 멤버나 리더가 대부분 중등 교사나 학원 경영자인 것이 또 하나의 큰 특징이다. 생활 속의 미술에 있어서도 공공디자인이나 건축의 심의, 작품 설치 및 공급에 대한 컨설팅 또는 감수를 하는 인력 그룹이 제한적이므로 이미 매너리즘에 빠져있거나 빠질 수 있음도 지나칠 수 없다.
이토록 안타까운 미술 문화 풍토에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이 또 있다. 광역시 승격 이후 단 기간에 수적으로 엄청나게 팽창한 지역 미술인 대부분이 프로 작가라기보다는 미술학도 수준인 것이다. 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수학한 후 수련 기간이나 스스로의 예술 철학을 정립할 기간을 갖지 않은 채 바로 프로 작가 대열에 서슴없이 뛰어드는 추세다 보니 작품 아이디어만으로 커버할 수 없는 미숙함을 어쩔 수가 없다. 아마추어 작가나 세미프로 작가를 만났을 때의 느낌과 오랜 기간 작품에 천착하고 진정성을 담아온 프로 작가나 원로 작가를 만났을 때의 느낌은 많이 다르다지 않은가. 그 느낌은 미생과 완생의 차이 같은 거라고들 한다. 또한 작가라는 타이틀만 장식처럼 걸어놓고 작품에 천착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 작가 수에 비해 창작 아이템의 생산이나 유입 및 확산, 회전이 느리다. 이 역시 우리 지역의 미술 행사에 참여한 중앙 화단의 갤러리스트들에게 날카롭고 아프게 지적되는 부분이다.
이제 시립미술관 공사가 첫 삽을 뜬지 두 달이 지나고,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시립미술관을 보유하지 못했다는 약점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극복하게 되었다. 지역 미술의 메카가 생기게 되면 주먹구구식이나 힘겨루기 식으로 진행되던 그간의 도깨비장난 같은 일부 지역미술 행태가 견제되고, 지역 미술인과 지역 미술의 역사도 진지하고 내실 있게 정리되어야만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울산 지역의 동시대 미술이 지향할 부분은 실용 미술의 수준 제고 및 보강과 함께, 지역 교육기관이 섣불리 이름내기에 급급한 속성재배 사이비작가가 아닌 퀄리티 있는 작가주의 아티스트 양성에 더욱 힘을 쏟는 것이다.
덧붙여 필자는 지역 미술의 또다른 중요 과제로,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유서 깊은 선사도시의 진면목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를 체계적으로 아카이브하고 미술 아카데미즘의 활성화를 위해 지역 대학에 고고미술 관련 학과나 지역 연구기관 등을 확보하는 방안이 꼭 논의되길 바란다.
오나경 서양화가·융합인재교육 컨설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