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 남구 황성동 ‘울산 북신항 액화가스 및 석유제품 제조시설 건설공사’ 현장 앞은 최근까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플랜트 및 건설기계노조의 ‘상설 집회장소’ 였다. 양 노총은 지난달 7일부터 한 달 넘게 홀수·짝수날 번갈아 가면서 집회를 열었다. 한 쪽은 일을 하기 위해서, 또 한 쪽은 일을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집회 과정에서 양측은 여러 차례 몸싸움 등 마찰을 빚었다.
급기야 지난 9일에는 1000명 가까이 집결한 가운데 양측이 대규모 맞불 집회를 하며 충돌했고, 결국 한노총 조합원 4명이 코뼈가 부러지고 이가 깨지는 등의 큰 부상을 입는 불상사가 초래되기도 했다. 경찰이 4개 중대에 300명 가량 배치돼 있었지만 소용 없었다.
양 노총의 이 같은 갈등은 이 사업 하청업체 중 한 곳인 GS네오텍이 LNG 탱크 건설 공정에 일할 용접공과 제관공 등 20여명을 외지에서 고용하면서부터 불거졌다. GS네오텍 측은 당시 “울산에 LNG 탱크 관련 숙련자가 없어서 다른 지역에서 인원을 우선 채용했다”고 했으나, 민노총 측은 “사측이 싼 인력을 고용하기 위해 지역민을 고용하겠다는 사전 약속을 어기고 몰래 채용했다”며 반발, 당초에는 GS네오텍과 민노총 플랜트건설노조 간의 노사갈등으로 시작됐다.
민노총은 이에 공사현장에서 집회는 물론 지난달 말부터는 울산시청 앞에서도 “지역민 고용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연일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들 노동자들 중 상당수가 한노총에 가입된 조합원들이어서 한노총 측은 자(自) 조합원 보호 측면에서 맞불 집회를 열면서 ‘노노갈등’으로 비화된 것이다.
몸싸움과 폭력행위, 이에 따른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지역의 여론도 싸늘했으나 양측의 갈등은 해소는커녕 갈수록 심화됐다. 한노총은 민노총과 경찰 모두에 불만을 터뜨렸고, 민노총은 “사측이 외지 노동자를 한노총에 가입시켜서 본질을 외면한 채 ‘노노갈등’으로 변질시키려고 하고 있다”며 원인을 사측으로 돌리며 팽팽히 맞섰다. 한 달 넘게 이어진 노사·노노갈등은 지난 15일 GS네오텍과 민노총이 일부 인원을 우선 채용하고, 향후 인원을 늘리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 됐다.
이번 사태를 바라본 북항사업 공사업계와 지역사회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면서도 또 이 같은 일이 재발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플랜트노조와는 합의를 이뤘으나 레미콘 등 건설기계노조와는 갈등이 여전히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실제 공사현장의 토목관리업체인 N사는 장비가 현장에 투입된 상황에서 레미콘 공급이 되지 않음에 따라 계속되는 손실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사업 철회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북항사업 관계자는 “공정이 자꾸 늦어지면 2024년 6월 상업 운영 목표도 불투명 해진다. 그렇게 되면 그 시기에 맞춰 LNG발전소 건립을 비롯해 액화수소 플랜트, 집단에너지사업, 냉열 이용한 신사업 등 연계된 사업들도 연쇄적으로 사업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울산으로서는 큰 손실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양 노총 간의 일자리 다툼 세력화 싸움이 앞으로도 지역 곳곳에서 벌어질 경우, 자칫 지역의 일자리를 더 줄어들게 하는 ‘소탐대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을 지울 수 없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