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사를 짓는 집에서 태어나다 보니 어릴 때 ‘새참’ 내지 ‘참’이라는 것을 먹어본 적이 많다. 소위 ‘노동자용 간식’이다. 남자 어른들 여럿이 논에서 일하다가 멀리서 고무대야에 음식을 이고 오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반가워할 수가 없다. 요즘의 배달앱에서 ‘새참’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역시 우리 민족이 배달 음식문화에 이미 익숙해 있다는 추론이 나온다.
최근 상표 관련 업계에서는 ‘허닭’ 대표로 알려진 개그맨 허경환의 ‘아임닭홈’ 상표가 타업체 상표 ‘아임닭’의 인식도에 밀려 패소한 상표 사건이 이슈가 되었다. 수 건의 분쟁이 수년간 진행되어 상호 출혈이 클 것이다. 이러한 요식업 상표 분쟁은 비교적 흔히 있는 일인데, 특히 국내 배달앱 2위인 ‘요기요’의 DH코리아가 ‘요기요○○’을 사용하는 타 업체와의 상표권 분쟁에서 승소한 것이 유독 관심을 끈다. ‘요기요치킨’이나 ‘요기요떡볶이’ 같이 상표권자 아닌 타인의 ‘요기요’ 결합상표 사용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된 것이다. 자세한 속사정은 알 수 없으나 이 분야 전문가의 측면에서 보면, ‘요기요’는 널리 인식된 식별력 있는 요부로서 당연히 ‘요기요’를 포함하는 ‘요기요○○’는 ‘요기요’ 상표의 유사범위에 속하여 침해가 인정되어야 한다. 다만 타인에게 선사용권(먼저 사용하여 인식되었음을 주장하는 권리)이 있다거나 ‘요기요’와 ‘○○’의 결합으로 새로운 관념을 낳고 있다는 등의 특수한 경우라면 사정이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DH코리아는 이번 소송 외에도 여러 업체와 상표권 분쟁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배달앱 업체의 분쟁 증가세와 더불어 상표출원 건수도 늘고 있다. 특허청이 운영하는 ‘키프리스’ 사이트에서 주요 배달 음식 회사의 상표 출원 등록 건수를 보면, ‘배달의민족’으로 업계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우아한 형제들’이 총 276건, 2위인 ‘요기요’의 ‘DH코리아’가 총 238건으로 검색된다. 거의 모든 상표가 음식 배달과 직간접으로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표 등록 건수와 시장 점유율은 이처럼 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양강 구도 하에서,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 배달앱을 많이들 출시하고 있다. 서울시의 ‘제로배달 유니온’, 경기도의 ‘배달특급’, 강원도의 ‘일단시켜’, 전북 군산시의 ‘배달의 명수’, 부산 남구의 ‘어디GO‘, 경북 경주시의 ‘달달’, 인천 연수구의 ‘배달e음’ 등 계속해 공공 배달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나름의 네이밍이 재미가 있다. 울산시는 ‘울산 페달’을 운영 중이다. 수수료와 가맹비가 없어 소상공인에게 이익이 될 것인데, 아직 이용 건수가 적은 것을 보면 사용 편리성 보완 등의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 외에도 브랜드 전략이 절실하며 모방을 막으려면 상표출원부터 해야 할 것이다. 창업 초기부터 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은 이 분야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조언이다.
국내 최초로 개발된 공공 배달앱은 전북 군산시의 ‘배달의 명수’라고 한다. 지방의 작은 지자체 공공앱인데도 출시 후 1년 만에 가입자 수 12만 명 돌파, 주문 42만 건 달성 등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군산시의 ‘배달의 명수’에 대한 13건의 상표권 확보 내지 확보 예정이라는 것이 이러한 실적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사람이 늘다 보니 이에 따른 각종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플라스틱 용기 사용이 늘어 환경오염이 문제가 되고, 배달 경쟁이 되다 보니 배달 오토바이 사고도 급격히 늘고 있다. 환경보호와 안전에 유의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또한 배달업과 관련된 상표 분쟁도 늘어나는데, 업체들은 거래 질서 유지라는 상표법 목적을 이해하고 상생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어서 코로나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여럿이 모여 식사하는 환경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온 인류의 공통된 소원일 것이다. 코로나 시대의 배달 음식.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생각으로 우리 모두 현명하게 헤쳐나가야겠다. 오늘 저녁 뭘 시켜 먹을까 고민해 보는 시간이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