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미술작품 훼손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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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미술작품 훼손 사건
  • 경상일보
  • 승인 2021.05.2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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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지난 5월20일 SBS뉴스룸에는 경주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박대성 화백이 스튜디오에 나와서 앵커와 인터뷰를 했다. 내용인즉, 경주엑스포공원 안에 있는 솔거미술관에는 박대성 화백의 동양화와 서예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길이가 긴 서예작품 하나가 벽면에 다 걸리지 못하고 바닥에까지 펼쳐져 있다. 그런데 아버지와 함께 솔거미술관을 방문한 어린애가 그 서예 작품 위에 올라가 뒹굴고 신발을 신은 채 걸어 다니는 사고를 쳤고, 그로 인해 1억원에 달하는 작품이 훼손되어 버렸다.

그런데, 평소 웅장한 작품만큼이나 성격 또한 대인배 기질을 가진 박대성 화백은 두 말하지 않고 이를 용서했다. “어린애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화제가 되어서 인터뷰를 한 것이었다.

사실 CCTV에 찍힌 모습을 보면, 현장에 있었던 아이의 아버지는 어린애의 행동을 제지하기는커녕 작품에 올라타고 있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사진까지 찍은 후, 어린애를 데리고 슬그머니 사라졌다. 아이 아버지를 기준으로 보면, 작품 훼손에 큰 과실이 있고, 손해배상책임을 지라고 해도 그 책임을 빠져 나갈 방법이 없어 보인다.

2021년에는 이 사건 말고 언론에 여러 번 등장한 미술작품 훼손 사건이 하나 더 있었다. 즉, 서울 송파구에 있는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서는 ‘STREET NOISE’(거리의 소음)라는 제목의 전시회에 있었고, 거기에 출품된 존원의 작품 ‘Untitled’(무제)가 있었다. 존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라피티(낙서처럼 그리는 거리예술) 작가였고, 이 작품은 존원이 2016년에 내한해 그린 대작이다. 가격을 따지면 5억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전시회 측에서는 이 작품 앞에 존원이 이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던 붓과 페인트 재료를 널브러진 채로 그대로 두었고, 그것 때문에 그곳을 방문한 젊은 연인은 이 그림이 참여형 작품이라고 판단하고, 붓에 페인트를 묻혀서 작품을 훼손해 버린 것이었다.

전시회 관계자는 복원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인터넷 상으로는 참여형 작품으로 오해한 젊은 연인의 책임은 어찌될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상황을 만든 전시회 측의 과실이 크더라도, 주변에 ‘눈으로만 감상하세요’라는 팻말이 있었던 만큼, 젊은 연인이 아예 책임을 벗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시회 측이 보험을 들어 두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젊은 연인은 작은 책임으로라도 파산에 이를 수 있다.

미술품 훼손 사건으로 대법원까지 가면서 치열하게 다툰 예는 도라산역 벽화 사건이 있다. 작가는 국가(통일부)의 의뢰를 받고, 후대까지 남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혼신의 힘을 다해, 도라산역 통일문화광장에 벽화를 그렸는데, 국가에서는 그림의 분위기가 역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3년만에 철거해 폐기시켜 버렸다. 작가는 3억원의 위자료를 청구했고, 대법원은 일단 작품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는만큼 국가는 작품을 폐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폐기 사유에 정당성이 없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동의 절차도 없었기 때문에, 국가는 작가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미술품의 폐기절차에 하나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처음 이야기한 박대성 화백은 겸손하게도 ‘소산’이라는 호를 사용하지만, 전통 먹 작업을 계승하고 재해석해 수묵의 달인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미 1980년대부터 우리나라 미술계의 스타 작가 반열에 오른 작가라고 한다. 최근 삼성 일가가 상속을 하면서 10조에 달하는 이건희 컬렉션을 전부 기증하겠다고 했는데, 그 이건희 컬렉션에도 박 화백의 작품이 포함돼 있다. 그런 스타 작가가 우리와 같은 동네라고 할 수 있는 이웃 경주의 남산 자락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고, 그 분의 유수한 작품이 경주엑스포공원 안의 솔거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하니, 요즈음 같이 실내에서만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날씨에는 한번쯤 솔거미술관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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