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음식디미방]음식을 더 맛깔나게…감칠맛 한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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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음식디미방]음식을 더 맛깔나게…감칠맛 한스푼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1.05.25 0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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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멸치 삶은 물 활용해 만든 맛국물
간장이나 된장 섞어 조미료로 활용
울산 북구 강동 유포일원이 본고장
만드는 시기 봄·가을로 의견 나뉘어
장기보관 어려워 조금씩 만들어 먹어
간장 유지렁, 생선·육류 조림용 제격
된장 유지렁은 나물무침·강된장으로

옛 시절을 떠올리게하는 ‘울산의 맛’을 기록하고자 한다. 예전과 똑같은 재료로 옛 맛을 되살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달라진 자연환경과 새로운 규제가 걸림돌이다. 더이상 구할 수 없는 재료는 최선의 대안으로 진행한다. 조선 최초의 한글요리백과 ‘음식디미방’처럼 친절한 조리법을 곁들여 추억의 맛, 그리운 그 맛을 재현한다.

▲ 초여름이다. 채소를 곁들여 부담없고 소박하지만 입맛 제대로 살려주는 한 상을 차려보자. 갓 지은 쌀밥에 곤드레나물무침을 얹는다. 된장 유지렁을 얹어 비빈다음, 상추쌈을 해 먹는다. 유지렁 하나로 잊었던 고향의 맛을 살릴 수 있다.
▲ 초여름이다. 채소를 곁들여 부담없고 소박하지만 입맛 제대로 살려주는 한 상을 차려보자. 갓 지은 쌀밥에 곤드레나물무침을 얹는다. 된장 유지렁을 얹어 비빈다음, 상추쌈을 해 먹는다. 유지렁 하나로 잊었던 고향의 맛을 살릴 수 있다.

멸치는 우리나라에서 연간 약 20만t 이상 생산되는 대표 수산물로, 밑반찬 또는 육수용으로 1년 내내 사랑받고 있다.

봄철에 잡히는 멸치는 특히 인기가 좋다. 부산 등 남해 일대에서 잡히는 봄멸치는 ‘봄멸’이라고 불리는데, 크기가 15㎝ 정도로 크고 육질이 단단해 맛이 좋다.

멸치축제로 유명한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 생산되는 대멸치가 대표적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해마다 4월에 열리는 대변항 멸치축제가 취소됐다. 하지만 5월의 끝자락을 달리는 요즘도 대변항에는 생멸치를 사기 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 멸치회무침은 물론이고 멸치쌈밥 등으로 봄멸의 진수를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 초여름이다. 채소를 곁들여 부담없고 소박하지만 입맛 제대로 살려주는 한 상을 차려보자. 갓 지은 쌀밥에 곤드레나물무침을 얹는다. 된장 유지렁을 얹어 비빈다음, 상추쌈을 해 먹는다. 유지렁 하나로 잊었던 고향의 맛을 살릴 수 있다.
▲ 초여름이다. 채소를 곁들여 부담없고 소박하지만 입맛 제대로 살려주는 한 상을 차려보자. 갓 지은 쌀밥에 곤드레나물무침을 얹는다. 된장 유지렁을 얹어 비빈다음, 상추쌈을 해 먹는다. 유지렁 하나로 잊었던 고향의 맛을 살릴 수 있다.

울산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현재는 기장 대변항에 밀려 멸치 고장으로서의 인지도가 낮아졌지만 이 ‘멸치’를 주재료로 전국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울산만의 음식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바로 ‘유지렁’이다.

‘지렁’은 간장을 뜻하는 울산말이다. 지렁 앞의 ‘유’자가 어떻게 붙여진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유지렁은 요리의 명칭이라기 보다는 모든 음식의 기초가 되는, 기본 중의 기본 양념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유지렁을 많이 먹었던 지역은 울산에서도 지금의 북구 강동 일원 유포 지역이었다. 유지렁은 울산에서도 강동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 초여름이다. 채소를 곁들 부담없고 소박하지만 입맛 제대로 살려주는 한 상을 차려보자. 갓 지은 쌀밥에 곤드레나물무침을 얹는다. 된장 유지렁을 얹어 비빈다음, 상추쌈을 해 먹는다. 유지렁 하나로 잊었던 고향의 맛을 살릴 수 있다.
▲ 초여름이다. 채소를 곁들 부담없고 소박하지만 입맛 제대로 살려주는 한 상을 차려보자. 갓 지은 쌀밥에 곤드레나물무침을 얹는다. 된장 유지렁을 얹어 비빈다음, 상추쌈을 해 먹는다. 유지렁 하나로 잊었던 고향의 맛을 살릴 수 있다.

바닷가에 자리한 유포 지역 사람들은 밭농사가 쉽지 않았다. 콩이 귀하니 메주나 간장을 만드는데 품이 많이 들었다. 이처럼 부적합한 자신들의 상황을 어간장이 대신 해결했다. 어간장은 멸치로 만들었다. 유포는 옛부터 멸치가 아주 많이 잡히는 항구였다.

유지렁의 본고향이 울산의 유포라는 것은 울산의 음식문화를 정리한 각종 자료마다 일치한다. 하지만 유지렁을 만드는 시기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구술이나 연구자료에 따라 봄에 만든 양념류로 소개하기도 하고, 겨울을 대비해 가을철에 주로 만들었노라 밝히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 싱싱한 멸치를 삶은 물을 이용해 간장 유지렁과 된장 유지렁을 만드는 과정.
▲ 싱싱한 멸치를 삶은 물을 이용해 간장 유지렁과 된장 유지렁을 만드는 과정.

일반적으로 유지렁은 울산 북구지역 강동바다 어항 주변에서 잔멸치를 삶은 물을 재활용하여 만든 맛간장을 일컫는다.

4월 무렵에 많이 잡히는 멸치는 동해안의 청정한 수질과 빠른 물살 때문에 맛이 뛰어나기로 소문이 나 있다. 밤새 불을 밝혀 멸치를 잡은 울산 어귀 멸치잡이 배는 강동 및 유포항에서 멸치털이를 하며 그날 잡은 멸치들을 분류했다. 크기별로 선별한 후 멸치를 끓는 물에 넣어서 데치는 작업을 하게 된다.

▲ 싱싱한 멸치를 삶은 물을이용해 간장 유지렁과 된장 유지렁을 만드는 과정.
▲ 싱싱한 멸치를 삶은 물을이용해 간장 유지렁과 된장 유지렁을 만드는 과정.

 

이 과정은 수없이 반복된다. 멸치를 끓인 뜨거운 물은 자연스럽게 짭짤하게 간이 된다. 여기에 다시 된장을 넣고 적당하게 달여 준다. 달인 후에 불순물은 걷어 내고 맑은 액을 모은 것이 유지렁이다. 한마디로 멸치 맛굴물을 버리지 않고 활용하여 만든 조미 식품이다.

유지렁은 간장 대신 맛간장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특히 유지렁에 소고기를 넣어서 재워 놓고 조금씩 꺼내 먹기도 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귀한 음식을 오랫동안 보관하고, 언제든지 맛나는 음식을 대접하는 기능도 하였다.

다만 요즘은 멸치잡이가 예전 같지 않기도 하고, 다양한 MSG를 비롯한 조미료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어 유지렁을 생산하는 곳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반면 북구 어물동에 거주하는 이정선씨는 유지렁 만드는 법을 좀 다르게 알려준다. 이씨는 유지렁을 육질이 아주 단단한 가을 멸치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씨는 가을에 바로 잡은 생멸치를 솥에 넣어 물과 소금을 넣고 끓이다가 멸치만 꺼낸다. 이때 국물은 옅은 노란색을 띤다. 멸치 끓인 물 1말에 된장 2㎏을 넣어 센 불에 끓이다가 약하게 2시간 정도 더 끓인다. 그러면 국물이 검은 팥죽색으로 변한다. 창호지에 이 국물을 거른 다음 서늘한 곳에 보관하며 먹었다고 한다.

유지렁은 오래 삭히지 않는다. 오래 삭힐수록 맛이 나는 일반적인 장과 다르다. 생멸치를 끓인 물로 만들어 오래 보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만들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번 회차에 소개할 ‘유지렁’을 만들기 위해 생멸치를 구해 삶았다. 하지만 많은 양의 멸치를 여러 차례 삶았던 예전 방식은 무리가 있었다. 이를 대신해 질좋은 다시멸치를 구해 잡내 없는 구수한 멸치 육수를 만들었다. 이물질을 없애기 위해 깨끗한 천으로 다시물을 걸러내고 한번 더 끓여 식혔다.

육수를 절반으로 나누어 한 쪽은 간장을 넣어 한소끔 끓이고, 한 쪽은 된장을 풀어 한소끔 끓였다. 둘 다 유지렁이다. 완성한 유지렁은 각각 병에 넣어 냉장보관 한다. 음식을 조리할 때마다 맛을 내는 비법 양념장으로 활용하면 된다.

이다혜 전문가·울산음식문화연구원장
이다혜 전문가·울산음식문화연구원장

간장맛 유지렁은 반건조 생선이나 육류를 조림할 때 사용하면 좋다. 된장을 푼 유지렁은 각종 나물무침에 사용한다. 된장을 푼 유지렁에 양파, 파, 고추, 호박 등을 다져넣고 빡빡하게 끓이면 바로 강된장이 된다.

예전에는 밥을 안칠 때 뚝배기에 된장 푼 유지렁을 담아 함께 지었다. 초여름에 접어든 요즘은 온갖 채소가 많이 나온다. 유지렁에 무친 곤드레나물을 밥에 얹고, 된장 유지렁을 양념장처럼 활용해 나물비빔밥을 만든다. 입맛에 따라 각종 야채나 나물을 더 넣어도 되지만, 곤드레나물 하나만으로도 부족하지 않다. 보드라운 상추로 비빔밥 한쌈을 싼 뒤 볼이 터지도록 한입 먹는다. 입맛이 없다는 어르신들에게 이 보다 좋은 특효약은 없다.


참고=<울산향토음식>(2002), <울산의 음식>(2018), 울산역사문화대전

조리=김영순 울산음식문화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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