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지역 모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41)씨는 지난 4월5일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불던 당시 토종코인인 페이코인(PCI)을 개당 3000원에 500만원 어치를 샀다. 그는 조금 손실을 보더라도 여유자금이어서 괜찮다는 생각에 공황매수에 가담했지만, 24일 현재 1100원대 이하로 떨어져 3분의 1 토막이 났다.
A씨는 “주식보다 수익률이 훨씬 좋다는 말에 혹해 주식을 판 자금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완전히 쪽박차게 생겼다”면서 “손실이 너무 커서 손절대응이 무의미한 만큼 기다리다 보면 다시 원금 회복을 할 거라는 강한 믿음아래 끝까지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뜻의 은어)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 3학년 B(22)씨는 지난 5월3일 도지코인을 개당 690원에 200만원 어치 매수했다. 부모님에게 받은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산 도지코인 가격은 이날 현재 개당 370원대로 주저앉아 한달 남짓한 사이에 원금의 46%를 날렸다. B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가상화폐 투자해 몇배를 벌었다는 이야기 뿐이어서 더 이상 참을수 없었다”며 “언젠가는 가상화폐가 다시 떡상할 것이라고 믿고 ‘존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식투자 경력 10년이 넘는 또다른 직장인 C(55)씨는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지분을 보유한 에이티넘인베스트 주식을 샀다가 낭패를 본 케이스. C씨는 3월말 이 주식을 주당 7000원에 300만원어치를 배팅했다가 가상화폐 거품이 빠지면서 해당 주식도 급락해 이날 현재 4600원까지 하락했다. 그는 “가상화폐에 직접 투자하기에는 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겁이나 관련 주식에 간접투자를 했다가 오히려 낭패를 보고있다”고 후회했다.
가상화폐의 대장격인 비트코인을 비롯해 가상화폐 가격의 급락세가 이어지며 울산지역 투자자들의 비명도 커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갈팡질팡하는 발언과 중국과 미국의 가상화폐 규제로 한달전 8000만원을 넘어섰던 비트코인 가격은 반토막 수준으로 추락했다. 시총 2위 이더리움을 비롯한 나머지 가상화폐들도 추풍낙엽처럼 빠지면서 막차를 탄 울산지역 2030세대를 비롯한 직장인 투자자들이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24일 오후 3시 빗썸 거래소에서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개당 4200만원대 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24시간 전보다 8.2% 내렸다. 오전 한때 38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가 가까스로 4000만원대를 회복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4월14일 6만4000달러를 넘어서며 시총이 1조2000억 달러를 돌파했지만, 지금은 전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이더리움은 빗썸에서 24시간 전보다 8.29% 내린 256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도지코인은 빗썸에서 24시간 전보다 12.67% 내린 374.4원에 거래중이다.
2030세대와 직장인들은 24시간 요동치는 가상화폐 그래프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언젠가 ‘떡상’하기를 기다리며 시간과의 싸움, ‘존버’에 돌입한 상태다.
실제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극심한 위험성을 알면서도 코인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대학생 17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 이상(52.9%)이 최근 가상화폐 열풍에 대해 긍정적이라 답했다. 실제로 4명 중 1명(23.6%)은 가상화폐에 투자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가상화폐 열풍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큰 이유는 ‘높은 수익률(33.0%)’과 ‘투자 금액·방법 등 진입장벽이 낮은(31.0%)’ 점을 꼽았다. ‘계층을 뛰어넘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서’라는 답변도 15.1%나 됐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부동산 광풍’, ‘코인광풍’시대를 맞아 언젠가 찾아올 단 한 번의 가상화폐 로또를 꿈꾸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고수익) 성향이 대부분이다”면서 “늦었지만, 국내에서도 더 이상의 코인광풍 피해를 막기위해 당국의 시장 규제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창식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