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걷기 좋은 동네, 걷고 싶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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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걷기 좋은 동네, 걷고 싶은 도시
  • 경상일보
  • 승인 2021.05.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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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영 울산연구원 미래도시연구실 연구위원 도시계획기술사

좋은 계절이 왔다. 너무 춥지도 덥지도 습하지도 않아 걷기 좋은 날이다. 자동차 이동이 편리한 도시환경 속에서 안전하고 편리한 보행친화적 공간과 보행로 확보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은 커져, 도로 건설시 일정 폭 이상의 보행로를 확보하고 육교나 지하도가 아닌 평면 교차로를 만들고, 대규모 건축물 건설과 도시재생사업 등을 추진할 때 보행로를 함께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슬세권, 숲세권, 편세권, 학세권, 팍세권 등 편안한 복장으로 걸어서 갈 수 있는, 쉽고 편리하고 쾌적한 이용권의 의미를 가진 용어의 등장을 볼 때 걸어서 접근한다는 것의 가치가 더 커지고 있다. 단순히 가깝기 때문에 걸을 수 있다는 의미보다 이용이 많고 필요한 시설이 걷기 좋은 여건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걷기 좋은 동네는 안전하고 편리한 보행로를 확보해 누구나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체력적으로 문제되지 않는 환경에서 걸을 수 있어야 한다.

휴먼스케일에서 다소 벗어나 이동의 즐거움을 주기엔 한계가 있는 대로변의 보행로는 많이 확보돼 있으나, 집에서 대로까지의 작은 골목길은 여전히 보행로 확보가 미흡하다. 이에 비해 휴먼스케일에 맞는 골목길은 시설이 노후하거나 주차차량과 뒤엉켜 위험하기도 하여 여전히 보행자보다 차량이 더 중심이다. 골목길은 어린이들이 나와 놀기도 하고 주민이 만나기도 하는 여러 기능이 있는 공간이므로 보행자가 안전하고 편리하도록 시설의 개선이 바탕되어야 한다.

나아가 걷고 싶은 도시가 되려면, 단순히 보행로를 물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걸어서 갈 수 있는 범위 내에 가고싶은 장소가 많아야 한다. 동네의 특징에 따라서 다양한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많은 연속성 있는 재미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집, 학교, 직장에서 걸을 수 있는 범위 내에 다양하고 재미난 관심거리가 되는 공간이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작은 텃밭, 놀이터, 카페, 식당, 편의점, 디자인숍, 공원, 도서관, 문구점, 노인정, 전시관, 운동공간, 시장 등 다양한 계층의 관심거리가 되는 공간들이 연속돼 목적있는 보행에서 확대하여 걷는 것 자체가 즐거워 질 수 있는 도시공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더하여 걷는 공간이 심미적으로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전시설과 도로폭과 같은 물리적 시설기준 뿐 아니라 친환경적이거나 아름다운 보행로가 연속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수목공간으로 조성해 자연친화적 환경을 만들 수도 있고, 담장과 벽을 아름답게 바꿀 수도 있고, 건축물 앞 마당 또는 공개공지를 매력적으로 바꾸거나, 쌈지공간을 지역특성에 맞게 연속적으로 조성할 수도 있다.

울산은 국가정원, 수변공원, 대공원 등 여가 거점공간이 도심에 위치한 좋은 환경을 가진 도시이다. 거점공원이 도심지에 위치해 거점공원의 도보권에 거주하는 주민이 매우 많다. 다만, 그 공원까지 걸어가는 과정이 즐겁고 편리하며 아름다운 연속성있는 좋은 보행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보행공간에 자연과 문화, 예술, 공동체 활동을 적용해 여러 기능의 아름다운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내 집 담장, 벽, 우리 동네 작은 공간을 함께 가꾸어 걷기 좋은 동네로 만드는 공동체 활동이 더해져야 한다. 또한 교통 기반시설로서의 보행로 개선 사업 뿐 아니라 도시재생, 개별 건축물, 주택, 공원, 문화시설, 학교, 관광시설 등 다양한 사업 및 개발을 보행의 관점에서 연계해 시행하고 여러 공동체 참여 활동이 어우러져 걷고싶은 공간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일상적으로 걷는 행동이 즐거워지는, 걷기 좋은 물리적 환경을 갖춘 동네가 여러 기능과 활동으로 재미있고 아름답게 걷고 싶은 도시로 확대되어 좋은 계절, 걷고 싶고 걷기 좋은 울산을 함께 만들어나가길 기대한다.

이주영 울산연구원 미래도시연구실 연구위원 도시계획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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