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수급대란에 국산전기차 구매자 속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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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수급대란에 국산전기차 구매자 속탄다
  • 최창환
  • 승인 2021.05.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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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 5 / 자료사진
아이오닉 5 / 자료사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자동차도시 울산에도 국산 전기차 공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190억원 규모의 정부·지방자치단체의 구매보조금 지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소비자들이 국산 전기차 대신 수입차를 선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가운데 테슬라 등 수입차 업체가 보조금을 독식하는 양상이다.

26일 울산시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가 반도체 센서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빚으며 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오닉5는 전방주시 카메라 모듈 등의 재고 부족으로 사전예약분 4만3000대 가운데 지난달 114대를 출고하는데 그쳤다. 전기차에는 일반 차보다 10배 이상 많은 2000여 개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반도체 수급이 정상화 되지 않으면 주문이 들어와도 차를 더 만들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사전예약된 물량조차 언제 출고할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하다.

이같은 현상은 전기차를 사면 지원해주는 보조금으로 불똥이 튀었다. 보조금은 국비·지방비가 함께 지급되는 형태다. 울산시가 확보한 올해 보조금은 총 190억원(국비 150억원, 시비 40억원)이다.

시비 매칭비율에 따라 지역별로 다소 편차가 있지만, 울산시는 전기승용차에 1350만원을 지원한다. 전기화물차(1t급)의 보조금은 2150만원이다. 전기차는 올들어 지금까지 총 587대가 신청됐다. 국산차가 505대, 수입차가 82대다. 올 2월 사전예약 접수 첫날에만 2만3760대가 계약돼 신기록을 세웠던 아이오닉5의 인기로 국산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2020년에는 수입차가 458대로 국산차 363대보다 많았다. 2019년도는 국산 356대, 수입 241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반도체 문제로 자동차 출고가 지연되면서 국산 전기차가 위협을 받고 있다. 보조금을 지원받으려면 보조금 지원신청서를 직접 또는 대리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접수하고 선정되면 2개월 이내에 차량을 출고해야 한다.

현재까지 보조금이 지급된 규모는 306대로 281대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이 국산차다. 현행 제도에 따라 지자체들은 차량 출고 등록 순서대로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정부가 출고기한 조건을 당초 2개월에서 올해 연말까지로 연장한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의 장기화로 국산차 출고가 늦어지면 수입차에 보조금을 모두 빼앗길 수 있다. 국산 전기차를 기다리다 지친 소비자 일부는 사전 예약을 취소하고 미국 테슬라 등 수입 전기차로 옮겨가는 양상도 나타난다.

수입차와의 보조금 확보 경쟁에서 불리해진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수입차에 보조금을 차별 지급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가능성이 있어 뾰족한 수도 없다는 게 울산시의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의 숨통이 언제 트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전기차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현행 제도에 따라 수입차의 보조금 지급은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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