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물원이 있는 서울대공원은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돌고래 쇼로 큰 인기를 끌며 관광객들을 불러 모았다. 어릴때 부모님 손을 잡고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 쇼를 보는 것은 큰 추억이자 그 시대의 볼거리였다. 하지만 이제 서울대공원에서는 더 이상 돌고래쇼는 물론 돌고래도 볼 수 없다. 이제 이 곳은 돌고래는 없으나 돌고래 등 해양동물들과 해양생태계의 보존을 위한 생태교육 현장으로 탈바꿈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고, 또 돌고래와 관련한 아픈 역사의 현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동물원 서울대공원
2000년대 초까지 돌고래쇼로 인기
동물복지중심으로 사회인식 바뀌자
공공기관인 서울대공원이 선도역할
제돌이·춘삼이·삼팔이·복순이 등
제주도서 불법으로 잡힌 돌고래들
귀향 프로젝트 통해 야생으로 방류
과거에 돌고래쇼 진행됐던 공연장
작년 돌고래 이야기관으로 새단장
사육 일지·방류 사진·영상 등 전시
해설사들 파수꾼 프로그램도 운영
◇돌고래 공연장이 생태교육 현장으로
지난달 29일 찾은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내 ‘돌고래 이야기관’. 이 곳은 원래 ‘제돌이’를 비롯해 ‘춘삼이’ ‘삼팔이’ 등 제주도 연안에서 불법으로 잡혀온 남방큰돌고래들이 수 년 전까지 공연과 쇼를 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 곳에 이러한 공연과 쇼는 물론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도 없다. 대신 이들이 남기고 간 발자취 등은 고스란히 남겨져 있고, 역사관처럼 새롭게 탄생했다.
지난해 10월 문을 ‘돌고래 이야기관’은 연 과거 돌고래 쇼가 진행되던 공연장(해양관)을 고쳐 만들었다. 전체 면적은 2800㎡(약 850평)에 5개의 테마관으로 구성돼 있다. 돌고래가 공연하던 곳은 물론 연습하던 수조, 함께 쇼를 선보이던 물개가 대기하던 곳 등이 새단장을 거쳐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이곳에 살던 돌고래들에 대해 사육자들이 직접 손으로 써내려간 사육 일지와 자연 방류에 관한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자료도 보기 좋게 잘 정리돼 있다.

또 가로 12m 대형 스크린에선 제주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실감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이 곳을 찾은 관람객들이 제돌이게 직접 쓴 편지와 해양쓰레기 문제를 알리는 조형물 등도 눈길을 끌었다. 실제 돌고래를 보는 것 못지 않게 돌고래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도록 해놓았다. 마치 ‘제돌이’ 등 이 곳에 있던 돌고래들이 여전히 숨을 쉬고 있는 듯 했다.
서울대공원은 작년 개관 이후 해설사 3명이 30분 내외의 설명을 하는 ‘해양동물, 해양생태 파수꾼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현재 하루 3회씩, 한 회 당 10~15명 가량 제한해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아직도 서울대공원을 찾는 관람객들이 돌고래 쇼를 하고 있고 돌고래가 있는 줄 알고 계신다”며 “처음에는 돌고래가 없어서 실망했다가 직접 둘러본 뒤에는 오히려 더 만족해 하신다”고 말했다.

◇4년간의 남방큰돌고래 귀향 프로젝트
‘돌고래 이야기관’의 전신인 서울대공원 해양관은 해양동물 방사장과 돌고래 공연장으로 이루어진 곳으로 1984년 5월 개관한 이래 많은 사람들이 찾았던 공간이다. 특히 서울동물원이 과천으로 이전해 개관했던 당시에는 돌고래 공연을 보기 위해 수천명의 인파가 모였을 정도로 모두에게 즐거움을 줬던 상징적인 곳이었다.
하지만 전시 중심이었던 초기 동물원이 점차 동물 복지 중심으로 바뀌어 나가며 공공기관인 서울대공원도 변화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서울대공원은 선도적인 역할을 주도해왔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제돌이’ 등 3마리의 남방큰돌고래 귀향 프로젝트다.
서울대공원측은 우선 돌고래 및 타 동물들의 공연을 없애고 사육사가 직접 동물의 원래 습성과 서식지에 대한 교육적인 설명을 하는 생태설명회를 진행해왔으나, ‘제돌이’가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된 개체라는 것이 밝혀지며 2012년 3월 돌고래 방류를 전격 결정했다.

‘제돌이’는 바다쉼터에서 야생적응훈련을 거쳐 2013년 7월18일 드디어 고향인 제주 바다에 방류됐고, 이후 ‘춘삼이’ ‘삼팔이’ ‘복순이’ ‘태산이’ ‘금동이’ ‘대포’ 까지 총 7마리의 돌고래가 2017년까지 차례로 야생으로 돌아갔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돌이’의 귀향 프로젝트는 2013년 10월15일 미국 올랜도 디즈니랜드 애니멀킹덤에서 열리는 ‘제68차 세계 동물원수족관협회(WAZA)’ 정기총회를 통해 발표되기도 했다.
김능희 서울대공원 동물기획팀장은 “‘돌고래 이야기관’에는 돌고래는 없지만 돌고래를 더 많이 알게 되고 또 감동을 받을 수 있다”며 “‘돌고래 이야기관’을 통해 동물복지의 의미를 알리고 해양생태계 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관람객들에게 전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