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시민의 힘으로 이뤄낸 ‘말뫼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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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시민의 힘으로 이뤄낸 ‘말뫼의 기적’
  • 경상일보
  • 승인 2019.11.14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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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말뫼시, 조선업종 불황 이겨내고
친환경 첨단도시로 거듭난 대표적 사례
우리도 합심해 ‘동구의 기적’ 이뤄내야
▲ 정천석 울산 동구청장

11월의 스웨덴 말뫼는 매우 쾌청했다. 북유럽의 한 지방 산업도시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친환경 첨단도시로 거듭난 말뫼시민들의 표정에는 조선업 불황을 이겨내고 ‘말뫼의 눈물’을 ‘말뫼의 기적’으로 승화시킨 자부심이 느껴졌다.

지난 11월3일부터 10일까지 구의원, 관계 공무원들과 함께 도시재생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북유럽 3개 도시를 방문했다. 독일 함부르크, 덴마크 코펜하겐에 이어 마지막 일정으로 스웨덴 말뫼를 방문했다. ‘말뫼의 기적’을 이끌었던 당사자들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말뫼시청을 찾았다. 말뫼시 대외협력부 올라 인디헤임씨를 비롯한 도시계획과 관계자들을 만나 ‘말뫼의 기적’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말뫼의 기적’은 우연히 일어난 기적이 아니라 철저히 연구하고 준비하고 기획해 실천한 노력의 산물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웨덴 말뫼시는 20세기 세계조선산업의 중심지로 세계 최고의 조선소로 손꼽히던 코쿰스조선소 덕분에 수십년간 호황을 누렸던 부자도시였다. 그러다가 1987년 코쿰스조선소가 공식적으로 문을 닫은 이후 도시는 급속히 쇠락했고, 3만5000명의 실직자가 생겨났다. 1970년대에 27만명이었던 말뫼의 인구는 1984년에는 23만명까지 떨어졌고, 1992년까지 24만명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1995년 말뫼시장이 유럽건축위원회에 말뫼시를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 도시로 조성하는 제안이 승인된 것이 계기가 돼 ‘말뫼의 기적’이라 불리는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스웨덴 말뫼와 덴마크 코펜하겐을 잇는 외레순(Oresund Bridge) 해상다리의 완공은 인구유입과 도시발전의 중요한 견인차가 되었다. 외레순해협을 가로질러 유럽 최장인 총 길이 7845m 규모로 만들어진 외레순다리는 스웨덴과 덴마크를 육로로 이용할 때보다 시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시켰다. 특히 집값이 비싼 덴마크 사람들이 주택가격이 저렴한 말뫼에 집을 사서 스웨덴으로 통근하면서 외레순다리를 이용해 차나 기차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하루에 1만4500명, 통행인구는 7만5000명에 이른다. 이런 인구유입의 효과로 주거지역의 확대와 다양한 기반산업들의 정착이 가능했다.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제조업에서 지식산업으로의 변신을 위한 말뫼대학교 설립이다. 문닫은 조선소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말뫼대학교는 제조업 중심의 말뫼시 산업구조를 차세대 먹거리인 IT 기반산업, 바이오산업, 창의적 디자인산업 육성과 창업 및 스타트업 지원 등의 첨단 지식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미래인재 육성에 중점을 두고 1998년 7월1일에 설립됐다. 이와 함께 1983년에 설립된 세계해양대학도 34%가 외국인 학생으로, 전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을 모아 전문분야로 진출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골리앗크레인이 있던 자리에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가장 높은 190m의 ‘터닝토르소’가 세워졌고, 부둣가 근처의 공장지대에서 친환경 생태지구로 변신한 ‘Bo 01’지구가 조성됐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07년 이후 3만여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10년간 인구는 20% 넘게 늘어나, 2019년 현재 말뫼시의 인구는 34만명에 이른다. ‘말뫼의 기적’ 프로젝트의 핵심은 시민 일상생활과 관련된 분야들이 총체적으로 통합돼 기획됐다는 점이다. 마치 퍼즐을 하나하나 맞추어 가면서 작품을 완성하듯이 대중교통시설, 복합건물, 문화시설, 주거시설 등 생활기반 인프라를 확장하고 친환경 에너지 산업, IT 지식산업 등이 복합적으로 연계돼 개발됐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주도가 아니라, 민간주도의 투자가들의 희망에 따라 시민의 적극적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뫼시 실무 담당자는 강조했다.

우리 동구만의 독특한 개성을 살려서 해양관광산업을 발전시키고, 이런 변화가 경제와 생활의 또 다른 한 축이 되도록 관광, 교통, 교육, IT관련 4차산업, 에너지, 친환경 정책 등과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발전시킨다면, 우리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본다. 말뫼 시민들이 합심해 기적을 이뤄냈듯이, 우리도 ‘동구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천석 울산 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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