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시설인 울산시외·고속버스터미널 운영 여부가 왜 민간사업자에게 달려 있나.
“전국 대부분의 버스터미널은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치단체가 민간사업자를 선정해서 사업권을 줍니다. 사업자는 부지를 매입해서 터미널 건물을 지은 다음 운영을 전문 업체에 맡깁니다. 그래서 터미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수익성이 보장돼야 합니다. 울산 시외·고속버스터미널은 롯데쇼핑이 사업권을 갖고 있습니다. 울산시가 삼산동 택지구획정리를 하고 난 뒤 롯데에 백화점과 호텔 건립 허가를 내주면서 시외 고속 버스터미널 건립과 운영을 조건부로 내세운 것입니다. 운영은 (주)울산정류장에 맡겼습니다.”
-(주)울산정류장은 왜 더 이상 터미널 운영을 하지 않으려 하나.
“수익 감소로 인한 경영난 때문입니다. 개인차량이 늘어나고 KTX울산역이 생기면서 이용객이 많이 줄어든 데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이 급감했습니다. (주)울산정류장에 따르면 2019년 1~3월 고속버스 승객이 8만7900여명이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4만9500여명으로 줄었습니다. 44%가 감소한 것입니다. 매표 수수료도 4억2000여만원에서 2억7000만원으로 약 1억5000만원이나 줄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상황이지만,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계약만료는 언제이며, 대책은 강구하고 있나.
“롯데쇼핑과 울산정류장의 계약갱신 시기는 이달 말입니다. 이미 (주)울산정류장이 롯데쇼핑에 계약갱신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롯데쇼핑은 현실을 감안해서 임대료를 낮춰주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울산정류장은 재계약 의사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롯데쇼핑은 전국의 터미널운영자를 대상으로 위탁 운영의사를 타진해 현재 4개 업체가 제안서를 접수했습니다. 울산시는 롯데쇼핑 측에 신속하게 대처하기를 촉구했다고 합니다.”
-시외·고속버스터미널은 시설도 노후해서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중구 우정동에 있던 시외버스터미널이 삼산으로 옮겨간 것은 1991년입니다. 바로 옆 부지에 임시시설로 옮겨가 있으면서 건물을 지어 1999년에 이전했습니다. 이 때 남구 신정동에 있던 고속버스터미널은 시외버스터미널에 더부살이를 시작하면서 건축공사에 들어가 2년만인 2001년 이전했습니다. 터미널 건물은 20여년 밖에 안됐지만 편의시설도 부족하고 시설노후화도 심각합니다. 외곽에 터미널이 있는 다른 도시와는 달리 주변 상권이 발달한 도심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터미널 내부 상권은 상대적으로 저조합니다. 민간기업인 사업자나 운영자가 수익성이 높지 않은 시설에 투자를 할 리가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는 문화공간 같은 안락한 터미널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울주군 언양시외버스터미널도 문을 닫아 임시터미널로 운영한지 꽤 오래됐다. 새 터미널 조성 계획은 어떻게 돼가나.
“언양시외버스터미널은 운영사인 (주)가현산업개발이 경영악화로 더 이상 터미널을 운영할 수 없다고 해서 2017년 11월 문을 닫았습니다. 그 후 울산시가 언양공영주차장 부지에 임시터미널을 마련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울산시와 울주군이 3개월간 연구용역을 거쳐 1년 후에는 새로운 터미널을 조성해 옮길 것이라고 했으나 벌써 3년 넘게 임시터미널 체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울산시와 울주군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형국입니다. 울산시는 이용객 대부분이 울주군민이므로 군이 사업을 추진하면 일부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울주군은 옛 언양버스터미널을 매입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은 추진하면서도 새 터미널 조성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방어진버스정류장도 시설낙후 문제가 심각하다. 개선의 여지는 없나.
“방어진버스정류장은 정식 인가된 버스정류장이 아닙니다. 개인 사업자가 수익사업으로 조성한 정류장인데, 이름만 정류장일 뿐, 회차 장소 또는 버스종점이라고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점점 수요가 줄어들어 수익성이 대폭 낮아졌기 때문에 사업자에게 시설 개선 등을 기대하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순수하게 개인사업이므로 울산시나 동구가 시설 개선 지원을 해줄 수도 없습니다.”
-울산지역에 있는 3개의 버스터미널이 모두 문제점이 있다는 건데, 근본적 개선책이 필요하지 않나.
“우선 삼산이나 방어진과 같은 시내 깊숙한 곳까지 시외·고속버스가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시내교통체증의 원인이기도 하고 이용객들의 이동시간 낭비도 초래됩니다. 따라서 시외·고속버스터미널의 이전을 추진해야 합니다. 울산시가 광역시 규모에 걸맞게 동·서로 나누어 새로운 시외·고속버스터미널을 마련하면 3개의 터미널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이 모두 해소됩니다. 창원시외버스터미널은 창원시가 시설을 조성해서 운영만 위탁했습니다.”
-이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는데, 왜 하지 않는건가.
“시외·고속버스터미널이 있는 삼산동이 20여년 전에 비하면 땅값이 매우 상승했습니다. 이전을 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롯데에 특혜를 주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에게는 ‘뜨거운 감자’일 수 있습니다만, 도시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전을 서둘러야 합니다. 여론수렴과 공론화 등으로 진행과정을 투명하게 하면서 롯데 측에는 지역사회 기여를 얻어내는 등 과감한 정책적 시도가 필요합니다.” 정명숙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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