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산단 폐수 무방류시스템 도입 난관
상태바
구미산단 폐수 무방류시스템 도입 난관
  • 최창환
  • 승인 2019.11.14 2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 암각화 보존책 또 삐걱
연간 1500억 운영비 부담에
대구·구미 둘 다 도입 난색
울산 식수문제 해결 제동
사연댐 영구수위조절 협약
市에 부담될 듯…대책 시급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추진한 ‘구미산단 폐수 무방류시스템 도입’이 난관에 부딪쳤다. 무방류시스템의 기술적 타당성을 떠나, 대구시와 구미시의 재정 문제와 직결된 연간 1500억원에 달하는 운영비 부담 때문이다. 20년 동안의 논쟁을 이어온 반구대암각화 보존책이 또다시 겉도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울산시가 서둘러 차선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4일 울산시에 따르면 올해 4월29일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울산의 식수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합의로 공식화됐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정재숙 문화재청장, 송철호 울산시장,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장세용 구미시장이 한자리에 모여 낙동강 물 문제 해소를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이다.

협약의 핵심은 두 개의 연구용역 수행이다. 하나는 구미산단 폐수를 낙동강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전량 재이용하는 ‘무방류시스템’의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을 검증하는 용역이다. 또 하나는 낙동강 유역 전체의 수자원을 지자체 간에 적절하게 배분할 것인가 하는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 연구용역이다. 이 용역은 무방류시스템이 여의치 않으면 당초 거론됐던 대구 취수원을 구미 해평취수장으로 이전 방안까지 포함해 해결책을 도출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구미시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쳐 10년째 진척이 없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암각화 보존책 실마리는 무방류시스템에 달린 셈이다. 구미산단에서 나오는 폐수의 낙동강 유입을 원천차단해, 대구시가 낙동강 수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대구 취수원 중 하나인 운문댐의 물을 울산에 나눠주는 구조다. 이럴 경우 울산은 주요 식수원인 사연댐의 수위를 낮출 수 있게 되고, 반구대암각화가 사연댐에 잠겨 훼손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울산시는 용역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중간용역 결과, 막대한 운영비 부담이 난제로 등장했다. 무방류시스템이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전제조건이 ‘돈’이었다. 시스템 구축 비용으로 5000억원이 나왔다. 진짜 문제는 연간 1500억원이 들어가는 운영비다. 폐수에서 막(멤브레인)을 통해 걸러진 농축수 중 20% 정도 차지하는 ‘슬러지’ 처리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열악한 지방재정 형편을 고려하면 지자체로선 부담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당장 물이 넉넉한 구미시는 운영비 부담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오염원인자 비용부담 원칙’을 적용해 구미산단 입주 업체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구미시가 강력하게 반대한다. 폐수처리비용 증가로 기업들이 구미산단을 떠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구시도 시민들의 물값으로 해마다 1500억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10년간 끌어온 대구와 구미 간 취수원 이전 문제가 재연될 가능성도 크다.

문제가 불거지자, 환경부는 지난 6월 열기로 했던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지금까지 늦추고 있다. 올해 말까지 물문제 해소방안을 제시하겠다던 정부의 계획이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울산시가 문화재청과 지난 9월 체결한 ‘사연댐 영구수위조절’ 협약이 울산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협약의 핵심은 반구대암각화 보존 방안에 뒀다. 영구수위조절은 사연댐 댐체(여수로) 일부를 인위적으로 잘라내, 그 자리에 수문을 설치하고 댐수위를 자유롭게 조절하는 방법이다. 홍수나 폭우 등 긴급상황에 신속하게 댐물을 방류해 암각화가 물속에 잠기는 것을 막는다는 개념이다. 협약에 따라 문화재청은 사연댐 영구수위조절에 대한 기술적·경제적 타당성 용역을 한다. 당시 협약은 다소 이례적이다. ‘맑은 물 공급과 암각화 보존의 동시 이행’ 입장을 고수해온 울산시가 정책을 전환한 것으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최창환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산업수도 울산, 사통팔달 물류도시로 도약하자]꽉 막힌 물류에 숨통을
  • KTX역세권 복합특화단지, 보상절차·도로 조성 본격화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