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여름 주호(가명·7)네 부모는 이혼했다. 부모의 이혼은 아이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주호 엄마는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가정 내 수입이 일정치 않았고 주호 아빠가 가정생활을 등한시했다고 털어놨다. 가정 내 경제적인 어려움은 부부간의 불화로 이어졌고 결국 소송까지 진행하게 됐다. 부모의 이혼으로 유치원생인 주호와 여동생은 엄마와 함께 살게 됐다.
이혼 후 현실적인 문제는 주호네 세 식구의 발목을 잡았다. 이혼 후 가장이 된 주호 엄마는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구하려 노력했지만 미취학 아동 2명을 데리고 일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았다. 몇 년 전 암으로 수술을 받았던 주호 엄마는 현재까지도 꾸준한 건강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는 일도 한정적이었다. 부족한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조금씩 빚을 냈고 이는 결혼 생활 중 발생한 빚까지 더해져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주호 엄마는 현재 신용불량자로 매월 30만원 가량의 부채 상환과 신용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은 월세방에 자리 잡았던 세 식구는 가장인 엄마가 일할 수 없게 되자 다시 한 번 가계가 무너졌다. 현재 거주지 보증금 500만원은 이미 결혼 생활 중 월세 체납으로 모두 소진된 상황이었고 보증금이 모두 소진된 뒤에도 매월 35만원인 월세가 7개월 넘게 체납됐다. 신용 회복을 위해 매월 30만원씩 갚던 것도 상환이 어려워졌다. 주호 남매의 교육비는 물론 식비까지 부족해지며 결국 주호 엄마는 관할 공공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

주호 가족은 지난 4월 기초생활수급자로 책정됐다. 월 80만원 남짓한 정부 보조금을 받게 되었지만 생계비에 그동안 밀린 체납금까지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주호네 세 식구는 작은 원룸에 살고 있다. 방 한 칸에서 세 식구가 생활하고 있어 매우 협소하고 아이들의 놀이 공간은 꿈도 꿀 수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월세 체납으로 집주인과의 관계가 악화돼 집을 비워줘야 한다. 최근 몇 년간 불안정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주호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손톱을 물어뜯거나 틱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관할 드림스타트 지원으로 심리상담을 시작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으면 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소견을 들었다.
주호 엄마는 주호가 느끼고 있는 불안정한 상황 중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집을 꼽았다. 좁은 집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월세 체납 등으로 언제 쫓겨날지 몰라 걱정하는 현 상황이 해소되면 주호의 문제행동도 줄어들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주호 가족은 LH 전세임대주택을 신청해 최근 전세임대 지원대상자로 선정됐다. 주호네 가족이 부담해야 할 임대보증금은 전세금의 5%인 5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현재 사는 주거환경보다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생활할 기회지만 주호 엄마는 현재 살고 있는 집 월세도 밀려있는 상황에 목돈 마련할 길이 없어 막막할 따름이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