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를 막론하고 38명의 부·울·경 국회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이건희 미술관’의 서울 건립을 반대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드물게 지어지는 문화시설을 단지 수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접근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서울에다 짓는다는 것은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일 뿐 아니라 국토균형발전에 조금의 관심도 없다는 정부의 인식을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서에서 “이건희 미술관이 수도권에 있으면 여러 미술관 중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동남권에 온다면 국토균형발전을 이루는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면서 “쇠락하는 지역도시를 제2, 제3의 빌바오(스페인)로 키우는 기적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비수도권 지방민들의 문화적 소외감과 박탈감을 확대하고 문화적 불균형과 양극화를 가속하게 될 것”이라며 “이제라도 수도권에 집중된 국립문화예술기관(미술관 문학관 극단 국악원 등)을 지방에 고르게 분산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광자원이기도 한 대형 문화시설은 국토균형발전에 있어 중요한 자산이다. 지역의 정주여건 향상으로 이어져 수도권 과밀화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 문화예술 분야의 수도권 집중은 어느 분야 못지 않게 심각하다. 문화시설 2800여개 중에 36%, 미술관 200개 중에 50% 이상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1호 특별자치단체를 추진하고 있는 부울경이 이 시기에 만들어지는 국립미술관 유치를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울산은 미술관 유치전에 나섰다가 순회전 유치로 돌아섰다. 삼성가와 특별한 인연이 없는데다 올해 말 개관을 앞두고 있는 울산시립미술관 순회전을 유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술관 유치를 서둘러 포기할 이유는 없다. 울산은 국립문화시설이 하나도 없는 도시가 아니던가. 동남권특별자치단체와 연계해 조금이라도 접근성이 높은 곳에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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