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6월 현재 미국사회는 새로운 국가 지도자를 맞이하여 많은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우선, 코로나19에 대응하여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권장과 적극적인 백신 공급을 통하여 미국사회를 안정시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의 분리와 차별정책을 끝내고 집단방역과 국민복리에 집중하면서 ‘정상 사회’로 복귀하고 있다. 최근 <폴리티코>는 “바이든의 백악관이 서서히 얼음 위를 걷듯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올해 독립기념일인 7월4일까지 전국민 70% 접종 목표를 설정했다. 한국은 강대국들처럼 백신개발을 못하고 백신확보에 서러움을 감내하는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한미 정상외교가 정상적으로 풀리면서 나름 희망을 가지게 됐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적인(?) 미국도 그리 쉬운 상대는 아니다. 안보, 경제통상, 첨단기술 면에서 오히려 정교하고 치밀한 압박정책으로 우리와 마주칠 것이다.
현대 미국사회의 본질을 꿰뚫기 위해서는 초기 미국 식민지 형성과정과 의미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미국독립 후 성립한 13개주는 대영제국의 13개 식민지에서 출발한다. 이는 지리적으로 영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아메리카 땅에 정착한 동쪽 대서양 해안지역이다. 13개 식민지(Thirteen Colonies)는 1) 북부 뉴잉글랜드, 2) 중부, 3) 남부 지역으로 구별된다. 13개주는 미국국기인 성조기(Stars & Stripes) 가로 13줄의 빨강과 하양으로 상징되어 있다. 13개 주가 미국의 근본이라는 무언의 암시이다.
1607년 버지니아 식민지 경영에서 시작하여 1732년 조지아 식민지 건설로 끝난 영국 식민지는 3개 지역 나눌 수 있는데 서로 다른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로 인한 이해충돌이 나중에 남북전쟁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됐고, 지난해 대선에서 바이든은 북부를, 트럼프는 남부를 기반으로 득표하는 현상의 기원이다. 북부 뉴잉글랜드는 상공업이 발달하고 어업, 임업, 조선업, 철공업이 주류를 이루었고, 남부는 농업지대로 대농장 중심으로 담배, 면화, 쌀 등을 생산하였으며, 중부는 옥수수 등 곡물생산과 상업을 병행했다. 북부에는 산업 자본가와 노동자층이 형성됐고 대농장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이들은 흑인노예가 별로 필요하지 않았다. 반면에 남부 식민지 버지니아 등에는 ‘플랜테이션’이라는 대농장이 발달했다. 이들은 노동력 부족으로 아프리카에서 흑인노예를 수입하게 됐다. 남부에는 가톨릭과 보수 종교세력이 강했다. 요즈음 자동차, 철강 관련하여 한국에 보복관세를 가하려는 세력은 미국 북부 산업 자본가-노동자들이며, 쌀, 밀, 담배와 관련하여 한국에 압박을 가하는 세력은 미국 남부 농업자본가들이 중심이 된다. 지난 대선에서도 보았듯이 흑인노예를 헐값에 사용하고자 했던 남부는 인종차별과 백인우월주의를 외치는 세력의 거점이 되고 있다.
남부와 북부 대표 식민지는 1607년 건설된 남부 체사피크만과 1620년 건설된 북부 플리머스이다. 이들의 목적과 삶의 방식은 건설 초기때부터 달랐고 21세기에도 서로 다른 종교적-문화적 특징을 보여준다. 1) 전자는 경제적 부를 추구하는 세속적 목적으로, 후자는 종교적 자유를 추구하는 신성한 목적으로 식민지를 건설한다. 2) 전자는 처음부터 아메리카 원주민과 갈등을 일으켰으나, 후자는 원주민들과 친선을 유지한다. 추수감사절은 후자의 이야기이다. 3) 지도자들 면에서 전자가 영국왕이 인정한 지주들인데 반하여, 후자는 종교자유를 택한 지도자들이었다. 4) 가족구성면에서 전자는 주로 돈벌러 온 남성들이었고 후자는 부부포함 가족단위이었다.
400년전 남북의 입장은 지금도 고수되고 있으며, 서로 다른 경제구조와 문화차이는 400년이 지난 2020년대에도 서로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