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째 표류중인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간 기업결합(M&A)과 관련, 최대 걸림돌인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심사가 또다시 하반기로 늦춰질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지난해 두 회사의 기업결함 심사를 세번이나 유예한 EU측은 지난해 7월 조사 중단 이후 올들어 현재까지 재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U 집행위원회 산하 경쟁분과위 마리아 초니 대변인은 13일 기업결합심사 재개 여부를 묻는 서면질의에 “지난해 7월13일 위원회는 현대중공업그룹(HHIH)의 대우조선해양(DSME) 인수에 대한 심층 조사를 중단(has stopped the clock)했다”면서 “조사는 여전히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초니 대변인은 조사 지연 이유에 대해 “인수합병과 관련해서 당사자들이 위원회가 요청한 중요한 정보를 적절한 시간 내(in a timely fashion) 제공하지 않을 경우 조사는 중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수합병 기한을 준수하기 위해선 당사자는 조사에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위원회의 조사 중단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당사자들이 누락된 정보를 제공하면 조사는 다시 시작되고, 이에 따라 위원회 결정 기한이 조정된다는 것이다. 누락된 정보가 어떤 것인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인수합병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LNG 운반선 선사들이 몰려있는 지역으로, 한국조선해양이 대형화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가장 부담스러워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 한국조선해양의 LNG시장 시장점유율은 60%로 커진다.
EU 측의 조사 중단이 공식적으로 확인되면서 기업결합심사 결과가 이달 중 나오긴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3월 한국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 계약 체결 이후 그해 7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6개국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고,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의 승인은 완료한 상태다. EU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에선 심사가 진행중이다.
일본의 경우 조선 1위 이마바리조선과 조선 2위 제팬마린유나이티드가 통합이나 다름없는 수준의 제휴 관계를 맺기로 한 만큼 일본 공정거래 당국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크게 문제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조만간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와 금속노조 등 6개 단체는 지난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 대한 반대 의견을 담은 의견서와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들은 두 조선사의 기업결합이 독과점 형성, 고용 위기, 조선산업 내 공급 사슬·지역경제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