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동물의 왕국’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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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동물의 왕국’과 나
  • 경상일보
  • 승인 2021.06.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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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판화가
박현수 판화가

나는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을 즐겨본다. 이 프로는 초식동물과 포식동물의 관계를 잘 나타내고 있다.

호랑이, 치타, 표범 등 포식동물은 대개 혼자 살아간다. 사자는 가족단위로 활동한다. 하이에나나 들개 같은 동물들은 무리를 지어 사냥한다. 그리고 새끼들을 공동으로 양육한다.

하지만 초식동물들은 큰 무리를 이뤄 집단으로 생활한다. 이들은 우기로 인한 풀의 성장 변화로 이동생활을 한다. 알 수 없는 지도자의 명령에 따르는 것인지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것인지 인간이 아직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초식동물들은 수명이 길지 않은 듯하다. 나이가 많으면 체력이 떨어져 포식동물들의 사냥감이 된다. 늙은 초식동물들은 살아남기가 어려운 것이다. 나는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나의 본성을 보는 듯하다. 그러면 이들은 왜 무리생활을 할까? 무리생활이 포식동물로부터 신변을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포식동물들이 사냥대상을 찾을 때는 무리 지은 초식동물의 중앙을 헤집고 달린다. 이때 병이 들거나, 늙어서 체력이 약한 동물 그리고 어미 잃은 새끼들은 포식동물들에게 잡아먹힌다. 살아남은 초식동물들은 주변의 동료들로부터 위험을 감지하고 도망가야 살아남는 것이다.

결론은 함께함으로써 내가 보호받으며 나의 주변도 보호해 줄 수 있다는 집단의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인간도 가족이 필요한 것이다. 인간이 가족을 구성하는 것은 동물과 같이 신변보호를 받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가족들간 보호본능도 있지만, 그 속에는 ‘우리’라는 단어와 함께 사랑과 의무라는 또 다른 작용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싱글들이 모여서 이런 소리를 끄집어내는 것을 들었다. “나는 많이 벌어서 결혼하고 가정을 꾸릴 거야. 지금은 내가 벌어서 혼자 살기도 힘들어…” “어렵게 벌어서 처자식 먹여 살리기가 힘들어” “우리는 밥해 먹이고 그 새끼들을 키워주고 한평생 보내는 것이 삶의 전부가 되니 결혼을 않고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다”라는 말을 한다.

어떤 이는 “지금까지 일구어 온 나의 세계를 가족이란 틀 때문에 모두 버릴 수 없다”고 한다.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 몸과 마음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지금은 건강하고 잘 나가지만, 언젠가 나도 쇠약해진다. 내가 힘이 없으면 그때는 나의 주변도 나를 잊는다. 그들의 기억 속에서 내가 사라지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내가 지켜줘야 할 가족, 나를 지켜주는 가족은 항상 함께 있어야 한다. 필자는 그 대상의 기본이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무인도에서 홀로 왕 노릇을 해 본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외지에서 돈도 많이 벌고 주변 사람들에게 예우와 사랑도 받고 살았던 사람이 어느 날 그 많은 명예와 재산을 포기하고 가정으로 돌아오면서 하는 말이 있었다.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다.” 이런 귀중한 가정을 혼자 살면서 꾸려 나갈 수 있을까?

자신의 일생에서 지금이 제일 젊을 때이다. 지금 힘 있을 때, 지금 잘 나갈 때, 가정을 준비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생산능력도 떨어진다. 자식을 키우려고 뻥튀기 기계에 넣을 수는 없다. 최소 25년 이상 긴 시간이 걸린다. 여러 사람이 아닌, 단 한사람으로….

요즘은 예전에 비해 혼기가 늦은 편이다. 더불어 가정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은 서로가 자기주장이 강하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세상 모를 때 결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 지켜주고, 보호해 줄 수 있는 마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어떤 배우자를 찾아야 할까. 나는 자기보다 멍청한 배우자를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 자기보다 똑똑하다는 이는 자기주장이 너무 강해 생각을 모으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어들면 이 나라는 누가 지킬까? 먼 훗날, 지구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쓸데없는 걱정과 꼰대 같은 소리를 해본다.

박현수 판화가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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