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지역 어음 부도율이 5년만에 제로(ZERO)를 기록했다. 중국발 코로나19 여파로 지역경제가 후퇴하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어음부도로 당좌거래가 정지된 업체가 단 한곳도 발생하지 않았다. 기업들의 자금난 속에서도 부도업체 제로라는 ‘역설’적인 지표다.
1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분석 결과 울산지역 기업 어음부도율은 지난해 12월 1.05%로 치솟은 이후 올해 1월 0.73%, 2월 0.18%, 3월 0.02%에 이어 4월에는 0%를 기록했다. 지역 어음부도율이 0%를 기록한 것은 2016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던 지난해 3월 0.05%, 4월에는 0.02%를 각각 기록했다.
한국은행 울산본부는 “소액의 어음부도는 있었지만, 부도업체는 한곳도 발생하지 않아 어음부도율이 제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어음부도율은 약속어음과 당좌수표 등 각종 어음(외상거래로 제품을 납품받은 업체가 향후 일정시점에 돈을 갚겠다고 발행한 일종의 채권)의 부도 금액을 전체 어음 교환금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기업의 영업 여건이 나빠지면 어음 대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도산하는 기업이 늘고 그만큼 어음부도율은 올라간다.
그렇다면 울산지역 기업의 자금사정은 정말 좋아졌을까?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조사한 울산지역 제조업 자금사정 BSI 추이를 보면 지난해 12월 79, 2021년 △1월 83 △2월 79 △3월 80 △4월 82 △5월 87 △6월 63(전망치)로 기준치(100)을 한참 밑돌아 ‘부정적’이다.
비제조업 자금사정 BSI는 지난해 12월 66, 2021년 △1월 74 △2월 70 △3월 73 △4월 64 △5월 75 △6월 68(전망치)로 제조업체보다 더 나쁜 상황이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체 모두 기업경영 애로사항 가운데 ‘자금부족’을 꼽은 비중이 높았다.
올해 울산지역 중소기업 부도율(1~3월)은 0.2%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5월(0.45%)보다는 다소 호전됐다.
중소기업 부도율이 낮아진 것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로 내리면서 자금을 풀고, 잇단 재난지원금과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130조원의 상환유예 등 정부의 정책 금융지원의 효과로 분석된다.
어음 발행이 줄어든 것도 부도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4월 울산지역 기업결제액은 96조원에 달하지만, 어음결제액은 7300억원으로 1%도 채 안됐다. 5년전과 비교해 반토막 수준이다. 여기에다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전자결제금액도 어음 부도율 산정평가에서 제외해 도산 기업의 비중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역 산업계는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나타내고, 정부의 원리금 상환유예조치 등 정책지원이 종료되면 어음 부도율이 치솟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울산본부 관계자는 “최근 기업간 상거래시 어음거래보다는 전자결재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전체 기업간 거래에서 어음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격이 작아져, 어음부도율 0%에 유의미한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