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텐베르크(Johannes Gensfleisch zur Laden zum Gutenberg, 1398~1468)는 금속활자를 발명해서 인쇄술을 혁신했던 인물이다. 1400년께 그는 인쇄용 금속활자를 나무틀에 하나하나 심어서 조판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한 글자만 잘못되어도 판 전체를 갈아야 했던 기존의 목판인쇄와 달리 신속하고 경제적인 방법의 인쇄가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성서제작이 활발해짐과 동시에 음악에서는 악보를 인쇄하여 널리 보급하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한지 60여년이 지나 오타비아노 데 페트루치(Ottaviano de Petrucci, 1466~1539)가 1501년 베네치아에서 악보를 금속활자로 출판했다. 이때 출판한 악보가 <하모니체 무지체스 오데카톤 A>(Harmonice Musices odhecaton)이다. 100곡의 다성적 노래집이란 뜻이다.
페트루치는 이탈리아 포솜 브로네 출신의 악보 인쇄업자인데 1490년 베네치아로 건너가 이동식 활자로 악보를 인쇄하는 법을 배워 10여년 후 악보를 출판했다. 그는 사업가로서 수완을 발휘하여 1498년 베네치아에서 20년간 성악, 류트, 오르간 악보, 그리고 다성 음악곡집을 독점 출판할 수 있는 인쇄특허권을 인가받은 후 1501년에 최초로 이동식 활자를 이용하여 다성 음악을 인쇄했다.
페트루치가 독점권을 행사한 1520년까지 20년간 베네치아에서는 페트루치 외에는 그 누구도 악보를 인쇄하거나 출판할 수 없었다. 오데카톤(odhecaton)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숫자 100을 뜻하나 페트루치가 출판한 첫 번째 악보집에는 96곡만 실려 있다.
페트루치는 악보를 인쇄하는데 3도 인쇄법(triple-impression)을 사용했다. 3도 인쇄법은 세 번의 인쇄과정을 거치는 방법이다. 그러다가 발전하여 2도 인쇄법을 사용했다. 이즈음 프랑스의 악보인쇄업자인 피에르 아테냥(Pierre Attaingnant, 1494~1552)이 1528년 드디어 1도 인쇄법을 개발했다. 악보의 발전과 보급에 막대한 역할을 해서 오늘날 우리가 쉽게 많은 악보를 인쇄하여 사용하게 됐다.
구천 울산대 객원교수·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추천음악 Giovanni Pierluigi da Palestrina 작곡, Sicut Cerv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