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의 고래관광산업은 2020년대 들어 새로운 방향으로 변모하느냐, 정체되느냐 기로에 서 있다.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가 최근 수 년새 잇따라 폐사하며 방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고, 환경보호와 동물복지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울산의 고래관광도 지금의 방식으로는 지속하기 힘들다는 게 각계의 중론이다. 고래생태체험관 내 남아 있는 돌고래를 방류하고, 그 곳을 ‘가상 고래체험관’이나 해양스포츠 체험시설 등으로 변모시켜 체류형 관광을 도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또 ‘코로나 시대’ 관광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와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래문화특구 다양한 서비스·콘텐츠 도입 활발
울산 남구도 장생포 고래관광 활성화와 함께 ‘코로나 시대’에 따른 관광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및 프로그램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장생포 고래박물관에 도입한 AR(증강현실)·AI(인공지능) 기반 비대면 해설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장생포 고래박물관은 지난해 11월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주)펭귄오션레저와 협약을 맺고, 반구대암각화와 교육체험을 지원하는 ‘AR·AI 도슨트 서비스’를 시범 운영중이다.
고래박물관을 찾는 영유아부터 청소년 대상으로 비대면 전시해설(반구대암각화, 고래와 해양생태계 등)과 이벤트(모든 미션을 완료한 체험자 대상 에코 체험 할인 혜택)를 제공하는 것으로, 시범 운영을 거쳐 이르면 이달 중으로 본격 운영된다.
고래박물관은 또 내부 시설 개보수와 콘텐츠 보강을 통해 선사시대 고래잡이를 한 흔적이 있는 반구대암각화를 장생포와 접목시켜 스토리텔링화 하는 등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내에 내년 6월까지 야간경관 조명을 설치해 고래문화특구의 기존 야간경관과 어우러지도록 하고, 태화강역에서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를 오가는 친환경 수소버스도 운행한다. 이와 함께 하반기 개최 예정인 고래축제에는 ‘생태+문화놀이’를 접목시킨 ‘에코테인먼트’를 콘셉트로 변신을 도모한다.
고래바다여행선의 운항 경로를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운항하고 있는 고래바다여행선의 항로가 운항시간이 3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이 중 2시간은 이동시간으로 허비되고 있고, 고래발견율도 20%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고래발견율을 높이고, 이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동구 화암추 등대와 울기등대 앞을 지나 정자 앞바다까지 가는 새로운 항로 변경을 해경, 울산항만공사 등과 협의중이다.
이만우 고래박물관장은 “고래바다여행선의 항로 변경을 통해 운항시간 단축과 함께 고래발견율을 높이고 울산항 주변 산업시설 볼거리 제공 등을 기대하고 있다”며 “고래박물관도 ‘AR·AI 도슨트 서비스’가 운영되면 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가상 고래체험관’ 등 시설 탈바꿈 필요성 한 목소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의 또 하나의 핵심시설이자 킬러 콘텐츠인 고래생태체험관에 대해서는 수족관 내 고래를 방류하고, 대신 AR·VR 기술을 활용한 ‘가상 고래체험관’이나 해양스포츠 잠수센터 등 다른 시설로 탈바꿈 시켜야 한다고 학계와 환경단체, 정치권에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는 “고래생태체험관이 더 이상 ‘고래무덤’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바다쉼터 조성 등을 통해 수족관의 돌고래를 방류해야 한다”며 “또한 울산시와 남구는 생태관광을 선언하고 ‘고래를 살리는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생태체험관의 활용 방안에 대해 “대만의 국립해양생물박물관의 사례를 보듯이 야간 수족관이나 3D 기술을 활용한 수족관을 만들어 심해생물 등을 전시하는게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야간 수족관을 만들고 숙소를 제공하게 되면 체류형 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익스트림 다이빙 시설 등 해양스포츠 시설로 활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규호 경주대 관광레저학과 교수도 “AR이나 VR 기술을 활용해 진짜 고래를 보는 것 같은 ‘가상 고래체험관’을 조성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고래에 대해 충분히 느끼고 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고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배를 타고 나가는 관경산업도 더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현정 울산남구의회 의원은 “고래생태체험관을 해양스포츠 잠수센터로 활용한다면 가둬 두는 구 시대적인 ‘동물관람관광’에서 탈피해 체험형 관광산업의 성공 모델을 장생포가 전국에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또 체험·체류형 관광의 메카로 장생포 주변의 상권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제주의 대표적 위락시설인 아쿠아플라넷의 인기 공연 및 콘텐츠인 ‘오션아레나’나 ‘해녀물질’ 등과 같은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안되고 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