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퇴적 이력에서 반구대 암각화 보전 방법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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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퇴적 이력에서 반구대 암각화 보전 방법을 찾는다
  • 경상일보
  • 승인 2021.06.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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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삼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태화강 유역을 찾을 때마다 포근한 온기를 느낀다. 선인의 혼과 얼이 서려있는 삶의 흔적이 물길 따라 곳곳에 흩어져 있는 까닭일 게다. 더욱이 반구대 암각화에 다가서면 경외심마저 생긴다. 이를 보전할 실마리를 강바닥의 지사(地史)적 퇴적 이력에서 찾아본다.

2만년 전쯤 최종 빙하기 극기에 지구 해수면이 현재보다 120~140m 정도 낮았고 동해 상당 부분도 육지였다. 이후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후퇴하면서 태화강 유역에서도 빙석에 기인한 하각 작용이 강했다. 반구대가 위치한 곳의 단단한 혼펠스(hornfels) 암질에 측각 침식이 일어나 선바위도 생기고, 급한 굴삭형 감입곡류(嵌入曲流)도 완성되던 시기이다. 이 지역 기저층인 홍적역층(洪積礫層)은 주로 이때 흘러내린 토사이다. 1만년 전후 큰 해수면 변동기를 거쳐, 암각화 조성시기로 알려진 신석기 시대인 6000년 전쯤에 이르러서는 해수면이 최고조에 달한다. 현재보다 2~6m 정도 높아 삼호교 넘어 점촌교 인근까지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이 시기 전후에 태화강 유역의 식생분포가 바뀌면서 양과 질이 변한 토사가 흘러내려 쌓인 곳에 물길이 만들어지는, 이른바 하구역 충적하천(沖積河川)이 만들어졌다. 이로써 대곡천이 만나는 부근까지 염분이 있는 기수역(汽水域)이 되고 주변으로 범람원도 조성되었다. 신석기 선인이 강과 바다에서 수렵해 살기에는 최적지였던 셈이다. 반구마을 앞 매몰곡(埋沒谷)을 살펴볼 때 대곡천 아래 강바닥도 현재보다 약 5~9m 정도 더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1960년대 접어들면서 산림녹화 정책에 힘입어 토사가 줄고, 하천골재 채취와 저수지 축조로 이송되는 하천 내 토사량도 확 줄어들었다. 그래서 반구대 주변 대곡천 모습이 다시 급변하기 시작했다. 즉 1/140으로 경사가 급한 강바닥이 다시 깎여 낮아지고 강폭도 좁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댐 수위가 낮을 때 중규모 홍수가 발생하면 암각화가 있는, 이른바 공격사면(攻擊斜面) 쪽으로 물의 충격이 더 커지는 원인이 되었다. 또한 반구대까지 댐 물이 차면 바다까지 떠내려가던 미세립토가 암각화 주변에 쌓이는 ‘댐 퇴사’ 현상이 진행됐다. 현재 암각화 앞 4m 정도의 퇴적토가 바로 이것이다. 한편 홍수를 대비해 댐 수위를 낮추는 기간에 대홍수가 발생하면 암각화 반대 쪽 활주사면(滑走斜面)을 향해 센 물살이 곧게 흐르는 특성을 지닌다. 이런 활주사면을 암각화 조망 목적으로 성토해 버리면 센 물살이 암각화 쪽으로도 일부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더군다나 이때 물속의 가는 모래입자가 암각화에 더 많이 부딪쳐 마모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

그래서 흐름과 퇴적의 매커니즘에 바탕에 둔, 암각화 풍화작용을 줄일 과학적인 방법도 생각해보야 한다. 즉 활주사면을 보장하기 위한 자연물길 복원, 흐름 세기를 완화하는 반구마을 습지 보전을 비롯해 천전리와 태기리의 범람터 확보, 수위 상승으로 이어지는 강바닥 미세립토의 제한적 준설, 물살 세기를 유발하고 생태계 왜곡을 초래하는 수목 관리 등이다. 이에 더해 반구대 암각화 조성 당시의 비밀을 풀 반구마을 옛 물길의 지질층 조사도 필요하다.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기반으로, 이 지역을 자연사박물관 형태로 발전시켜 관광자원화하는 방안도 있다. 즉 지질지형학적 가치가 높은 분지 내 망성리(욱곡마을)와 하천생태학적 의의가 깊은 반구마을과 연계하면 된다. 자연과 인류문명이 공존하는 자연관광특구로 발굴할 만한 값어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삼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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