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꿈보다 돈을 좇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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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꿈보다 돈을 좇는 청년들
  • 석현주 기자
  • 승인 2021.06.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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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현주 경제부 기자

울산지역 아파트 5분위배율(고가아파트와 저가아파트의 가격 격차)이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크게 벌어졌다. 비싼 아파트, 오르는 아파트만 계속 오르고, 저가 아파트는 제자리걸음이다. 돈이 돈을 불러오는 형국인데 밑천이 적은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정부가 수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동안 코스피 지수가 급등했다. 수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부동산 투자가 힘든 청년들이 주식에 뛰어들었다. 청년들은 ‘영투’ ‘빚투’에 나서며 주식에 올인했다. 비트코인도, 부동산도 놓친 데다 월급만 바라보고 있다간 ‘벼락거지(갑자기 거지 신세가 되는 것)’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투자열풍의 중심엔 20~30대가 있다. 지난해 주식 투자를 시작한 투자자(300만명) 중 절반(53.5%)이 30대 이하였다. 또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주요 4대 거래소의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 중 20대 34%(81만명), 30대 32%(76만명)로 절반 이상이 2030세대였다. 한국 증시에서 전례 없는 일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일정한 소득이 없는 대학생, 취업준비생이 주식과 부동산에 뛰어들 것이라곤 상상을 못했는데 요즘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식게시판이 생겨나고, 투자동아리 가입 열기도 뜨겁다고 한다.

투자를 ‘투기’로 인식하던 이전 세대와 달리 밀레니얼, Z세대는 “저축 대신 주식을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들이 투자에 골몰하는 배경엔 불안정한 노동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원하던 직장에 입사했지만, 월급만으론 ‘내 집 마련’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는 지금보다 나은 삶으로 전환하기 위한 유일한 열쇠가 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사업자 신고를 앞둔 거래소들의 코인 정리 작업이 줄을 잇고 있다. 4대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을 비롯해 중소 거래소인 코인빗, 지닥, 후오비코리아 등도 줄줄이 코인 퇴출에 나섰다. 3년 전 가상화폐 첫 붐이 일었던 때와 지금의 시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가상화폐 시장의 마지막 결말이 부디 3년 전과 같지 않길 바란다.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는 “주식을 소유하는 것은 아이를 갖는 것과 같다.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관여하지 말아라”고 했다. 아이를 키우는데에 상당한 비용과 정성, 시간, 노력이 필요하다. 핀터 린치는 주식을 아이에 비유했다.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하기 위해선 공부가 필수다. 부디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 석현주 경제부 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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