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은 잦은 비로 인해 최고기온이 역대 4번째로 낮았다.
5월 한 달간 전국 평균 강수일수는 평년보다 5.7일 많은 14.4일. 1973년 이래 비가 가장 많이 내린 5월이 됐다. 이틀에 한 번꼴이다. 전국 평균 5월 강수량은 142.4㎜. 이 또한 역대 7번째로 많은 양이다. 마치 길게 이어지는 ‘장맛비’ 같았지만 장마로 보기는 힘들다. 통상적으로 북태평양기단의 덥고 습한 공기덩어리와 오호츠크해의 차고 습한 공기덩어리의 대립으로 형성된 정체전선 상에서 내려야 할 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번 5월의 장마같은 비는 주기적으로 남하한 찬공기로 인해 발달한 저기압과 대기불안정에 의해 형성된 비구름이 원인이었다.
올해 장맛비는 도대체 언제 시작되는 것일까. 이례적으로 길게, 또 시간당 100㎜가 넘는 강한 집중호우를 동반한 호된 장마를 보낸 뒤 맞는 여름이라 벌써부터 장마가 걱정인데, 올해 장마는 깜깜무소식이다.
일본은 지난달 5일 평년보다 20일 빠른, 65년 만에 가장 이른 장마가 시작됐건만 우리나라에는 장마전선이 얼씬도 못하고 있다. 6월답지 않게 우리나라 대기 상층에 차고 건조한 공기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장마전선의 북상을 저지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보름 가까이 집중호우를 퍼부었던 그 ‘놈’이다. 이 차고 건조한 공기가 올해는 장마의 시작을 늦추고 있는 것이다.
평범한 여름이었다면 6월19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남부지방은 6월23일, 중부지방으로도 6월25일에는 장맛비가 내렸지만, 이달 말까지 우리나라에 이렇다 할 장맛비 소식이 없다.
기록에 기록이 깨지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날씨가 요즘 날씨다. 기상청은 여름철 장기전망을 통해 장마 초반인 7월 상순 강수량이 예년과 비슷하거나 더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예측을 뛰어넘는 기후이변 속에 올해는 또 어떠한 모습으로 한반도에 급습할 지 모를 장마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