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사회의 디자인 패턴은 새롭게 나타났다가 조금 익숙해 질 만 하면 금새 다른 형태나 소재로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빠르게 흘러간다. 가전제품은 물론 각종 통신장비 역시 우리 손과 눈에 익숙해지기 전에 진화한다. 속도를 가늠하기 힘들다.
가구 또한 마찬가지다. 특정 트렌드라고 지목하는 그 순간 이미 새로운 패턴의 또다른 가구가 나오기 시작한다. 상황 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미드-센트리 모던’(Mid-century modern) 스타일은 그런 흐름에서 약간 비켜있다. 미드 센트리 모던은 1940~1960대에 크게 유행했다. 인테리어, 건축, 제품까지 폭넓게 활용됐다. 그 시대 이미 메인 스타일로 자리매김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좋은 인테리어의 표본처럼 전무후무한 입지를 자랑하고 있다. 소재의 편안함과 본질에 충실한 기능을 유지하면서 전 세계인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듯 하다. 독일 바우하우스의 견고하게 보이는 깔금한 라인, 북유럽(스칸디나비안)의 친환경적 분위기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룬다. 1980년대 이후에는 ‘빈티지’로 불리며 이어지고 있다. 오래 전 스타일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그 점이 더 현대적 감각의 대명사로 느껴지게 한다.
미드 센트리 모던은 미스 반 데어로에(Mies van der Rohe·1886~1969),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1883~1969)처럼 유럽(특히 독일)의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전후 미국에 정착하면서 움트기 시작했고 일상의 공간과 가구문화까지 바꾸어 놓았다. 고전적인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합리적인 기능까지 겸비하여 휴식과 일상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했다. 요즘도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들 공간과 가구는 그 곳을 방문하는 사람이나 사용하는 이들에게 큰 만족감을 준다. 다만 전체 공간을 한가지 소재로만 채운다면 진부하고 심심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전체의 일부분을 다른 소재로 선택해야 ‘시크한 반전’을 꾀할 수 있다.
이같은 디자인 연출을 위해 효과적인 방법을 몇가지 제안한다.

우선 바닥이 콘크리트로 마감되어 있다면 미스 반 데어로에의 ‘데이 베드’를 편안하게 앉힌다. 사이드 테이블로 필립 스탁이 디자인 한 ‘스몰 고스트 버스터’를 연출해 보자. 고전적인 매력이 돋보이며 공간 전체를 따뜻하게 만든다.
어느 구석에는 알바아토(핀란드 건축 디자이너)의 ‘스완 체어’를 배치하고 그 옆에 레트로 스타일의 그림을 둔다. 커피 한 잔이 그냥 생각나는 공간이 완성된다.
빈티지 공간에는 넓은 잎 초록나무 옆에 은은한 조명을 켜 둔다. 빛으로 공간을 채우면서도 동양적 여백의 미까지 느낄 수 있다.
미드 센트리 모던 스타일은 다양함이 공존하는 미국 문화와 닮아있다.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지만 항상 제자리를 지키며 제 몫을 다하는 정직한 스타일이다. 이 것이 바로 시대를 거스르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최애린 공간디자인전문 레드게이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