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매가보다 전셋값 상승폭이 커지면서 울산의 전세가율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뛰어넘는 ‘깡통전세’ 주택도 속출하고 있다. 향후 집값 하락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역(逆) 전세난’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1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5월 울산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은 73.7%로 통계작성을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국 평균 전세가율(69.8%)보다 3.9%p 높으며, 7대 광역시 중 광주(77.5%)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7대 광역시 울산만 유일하게 2년 전 아파트 전세가율과 비교해 4.6%p 증가했다. 시장에 전세매물이 귀해지면서 전세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게 전세가율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1년간 울산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은 14.56%로 매매가 상승률(9.96%)을 크게 앞질렀다. 전세가격 상승률은 전국 7대 광역시중 가장 높았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중구와 남구가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지정 이후에도 매매·전세가 상승률 격차는 더 커지는 모습이다.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매매 가격보다 전세보증금이 더 비싼 ‘깡통전세’ 주택도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시스템에 따르면 울산 중구 반구동 한일아파트(전용면적 47㎡)는 지난 5월 77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성사됐는데 이후 한 달 뒤 90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만났다. 전세가격이 오히려 1300만원 더 비쌌다.
또 동구 방어동 송정타워맨션(전용면적 66㎡)의 경우 5월 말 1억1200만원에 매매된 후 6월 중순 1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이 역시 전세가 1800만원 더 비쌌다.
‘깡통전세’ 주택이 증가하면 향후 지역 경기악화 등으로 주택가격이 크게 하락할 경우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보증사고 발생도 잇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중구의 부동산 관계자는 “세입자들은 근저당 설정이 없거나 적은 매물,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율이 적정한 수준인지 꼼꼼히 점검해야 하고, 특히 반드시 대항력(제3자에게 보증금 등 임대차 계약 효력을 가장 먼저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남구 역시 전세가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무거동 신복현대(전용면적 59㎡)는 5월3일 1억3000만원에 매매됐고, 열흘 뒤 같은 가격에 세입자를 만났다.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0원이다.
중구지역 공인중개사 대표에 따르면 “비수기에도 전세 매물이 귀해지면서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전셋값을 높이는 경우가 있다. 신규 공급 부족이 전세난을 부채질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2023년 대규모 신규 입주가 시작될 때까지 전세난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