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세렌디피티 지수(Serendipity Quotient : 뜻밖의 행운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는 얼마인가?
우리는 늘 계획을 세운다. 미래를 계획하려는 인간의 타고난 욕망은 현대인의 삶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수많은 조직과 정부는 목표나 계획, 전략을 토대로 모든 행동 규칙에 대한 절차를 짠다. 그런데 아무리 계획이나 전략을 꼼꼼히 만들어도 늘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곤 한다.
개인도 누구나 한 번쯤은 일관되고 계획적으로 잘 설계된 삶을 살아온 듯 보이는 이력서를 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예기치 못한 사건과 우연, 수많은 사람과의 만남과 관계가 뒤섞여 대게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경제·경영의 주요 연구에서 전문가들은 성공의 절반을 ‘설명할 수 없는 변수’로 규정짓는다고 말한다. 회사의 중대한 결정이나 사건에 대해 말하는 고위 임원들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합하고자 처음부터 모든 일을 ‘계획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저 운이라고 말하거나 사실 계획되지 않은 우연이었다고 말하면 투자자나 직원들이 좋아하지 않고, 심지어 능력이 부족해 보이거나 의존적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주주를 포함한 투자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공식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래야만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계의 중대한 발견 중 30~50%가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하나의 화학 물질이 다른 물질에 흘러 들어가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기도 하고 더러운 배양 접시에서 세포가 결합하기도 하며 연구와 관계없는 대화를 나누다가 영감을 떠올리기도 한다. 개인이나 조직할 것 없이 최고의 기회는 세렌디피티, 즉 뜻밖의 행운을 잡느냐에 달렸다. 그렇다면 이러한 행운, 세렌디피티를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우선, 전문적인 지식은 조직적이고 이해하기 쉽다. 특정 분야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가지면 남들이 놓치기 쉬운 연결 고리를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한 분야에 너무 집착하다보면 전문 지식은 오히려 ‘기능적 고착 상태’에 빠지게 한다. 정신적 민첩성을 발휘해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열린 마음이야말로 세렌디피티 사고방식을 기르는 데 필수라 할 수 있다. 더불어 특이한 상황이나 새로운 경험에 대한 훈련은 생각을 유연하게 하고 고착된 습성을 극복하도록 돕는다.
관점의 전환은 세렌디피티를 만들어낸다. 핵심은 생각과 실천의 변화다. 기회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마음을 열고 갇힌 사고와 틀에서 벗어난다면 기회는 수없이 나타날 것이다. 우리의 발목을 잡는 부정적인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에 초점을 맞춘다면, 우연한 기회를 잘 길러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미리 만들 수 있다면, 기회를 쟁취하는 방법을 활용해 무엇보다 우연을 쟁취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면, 누구나 자신과 타인을 위해 세렌디피티 지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한 기버가 되라. 누군가에게 문제나 어려움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들은 기꺼이 어떻게 도울지를 고민한다. 하지만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그것이 오랫동안 행복감을 느끼는 일이자 언젠가 보상을 받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타인을 도우려면 우선 내가 건강한 감정을 가져야 하는데 이는 세렌디피티를 기르는데 매우 필요한 요소다.
개인이나 조직할 것 없이 최고의 기회는 바로 세렌디피티를 잡느냐에 달렸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 뜻밖의 발견을 기회로 바꾸는 것이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매우 복잡해서 미래는 예기치 않은 변수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세렌디피티를 삶에 적용하고 활용했지만 다들 비슷한 패턴을 가졌음을 연구결과는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세렌디피티를 만들어내고 잘 다듬어 인생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잘 계획하는 것만으로는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보장받지 못한다. 내일 일도 예측하기 힘든 이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예기치 못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인생에 일어나는 우연을 최대한 활용하는 세렌디피티 지수를 높이는 것뿐이다.
구자록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