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부가 롯데 일가가 무단 점유 중인 울산 울주군 삼동면 대암댐 일원 ‘롯데별장’ 내 국유지의 일반재산 전환을 추진한다. 한국자산공사를 통해 국유지 매입의 길을 열어준다는 의미인데, 롯데별장 친수공간 조성 약속을 사실상 저버린 롯데에 면죄부도 모자라 특혜까지 제공한다는 지역의 반발이 예상된다.
4일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롯데별장 친수공간화와 관련된 지침을 한국수자원공사에 내려보냈다.
지침에서 환경부는 롯데 일가가 불법 점유 중인 별장동 내 국유지와 관리동 국유지의 용도 폐지를 추진하도록 했다. 또 별장동과 정원동 사이에 펜스를 설치해 국유지와 사유지의 경계를 명확하게 설정하도록 했다. 정원동의 관리는 수자원공사가 결정하도록 했다.
환경부가 용도를 폐지할 경우 국유지는 댐 관리를 목적으로 소유하는 행정재산에서 일반재산으로 변경된다. 행정재산은 목적이 분명한 만큼 민간에 매각할 수 없지만 일반재산은 공매를 통해 민간에 매각이 가능하다.
당초 부지 소유주인 환경부는 롯데 측의 국유지 무단 점유가 보도(본보 2019년 5월8일자 1면)되자 정원동을 원상복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롯데 측이 해당 부지를 매입해 화장실과 주차장 등 기반 시설을 조성한 뒤 군에 기부채납하기로 협의하고, 이를 환경부에 전달하자 방침을 전환했다.
군과 롯데, 수자원공사 등이 참석한 실무협의회에서 대략적인 결론은 도출됐지만 업무협약 등 구체적인 진전은 없었고, 이후 2020년 1월 신격호 명예회장이 별세한 뒤 1년 반이 되도록 추가 협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롯데측의 친수공간화 계획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고, 자체 확인 결과 의지도 희박해졌다고 판단해 관련 지침을 다시 변경했다.
문제는 롯데가 불법 점유 중인 별장동과 관리동 국유지에 일부 건물과 묘지 등이 포함돼 있는데, 원상복구는 사실상 어려운 만큼 차라리 소유권을 넘겨주는 게 합리적이라고 환경부가 판단했다는 점이다.
삼동면 주민들은 환경부의 결정이 친수공간화를 원하는 지역 여론을 무시한, 롯데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환경부 지침대로라면, 롯데는 무단 점유 중인 정원동만 내놓을 뿐 친수공간화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돼 지역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또 불법 점유하던 국유지까지 합법적으로 매입할 수 있어 별장동과 관리동의 소유권을 완전히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한편 롯데별장 친수공간화의 길은 아직 열려 있는 가운데, 공은 사실상 울주군으로 넘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수목이 조성된 정원동은 당분간 수자원공사가 관리할 계획이다. 수자원공사는 정원의 원상복구와 현 상태 보존 중 보존으로 가닥을 잡았다. 수자원공사는 일단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대암댐 둘레길 사업과 연계해 군이 친수공간을 조성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군은 롯데 측의 대응을 기다린 뒤 친수공간화에 대한 의사를 표명하면 그제서야 사업을 추진한다는 미온적인 방침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친수공간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시설 결정 등 제반 작업이 필요하다”며 “사업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일단 롯데 측의 추이를 지켜본 뒤 움직임이 있으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