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만화웹툰도시 울산을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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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만화웹툰도시 울산을 상상하며
  • 경상일보
  • 승인 2021.07.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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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재 울산만화웹툰협회 회장

아직도 만화를 숨어서 몰래보는 불량잡지 쯤으로 인식하는 분들이 있을까. 필자의 젊은 시절만 해도 만화는 최소한 그런 대접을 받았다. 드러내놓고 봐서는 안되고 해서도 안되는 어떤 음침함과 죄책감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래서 사회정화를 부르짖는 행사에 만화책 수거와 화형식은 일상으로 보던 장면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만화방은 성행했고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만화책을 즐겨봤다.

1980년대 말 한겨레신문 발행과 함께 시작한 박재동 화백의 만평은 만화가 가지는 힘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1면에 실리는 만화 한 꼭지를 보려고 한겨레신문을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당시 우리 사회에 미친 파급효과는 지대했다. 만화가 남는 시간을 즐기는 개인의 취미생활에서 사회를 움직이는 하나의 힘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화의 비약적인 발전은 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구축되던 2010년 이후부터다. 그동안 책으로만 보던 만화가 인터넷망이 구축되면서 컴퓨터로 보게 되고 모바일이 일상화되면서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만화를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인터넷 세상에서 만나는 만화를 웹툰으로 부르고 있다. 제본만화가 가진 공간적 시간적 한계를 웹툰은 단숨에 뛰어넘었다. 인터넷망이 깔려 있고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한국만화가 K-웹툰으로 불리며 세계 만화시장을 이끌고 있다. ‘만화의 강국’ 일본에 맞서 K-웹툰이 급속도로 세계 만화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15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웹툰시장은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을 정도로 발전을 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양분하고 있는 웹툰시장은 월 이용자수가 1000만명을 넘었고, 2014년부터 해외 진출을 시작한 이후 2016년 대일 만화무역 역조가 본격화됐으며 지금은 국내 플랫폼 회사의 50% 이상이 해외 지사를 구축하고 있다.

웹툰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발생한 2020년 이후 게임산업과 함께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전국 대학에 웹툰과 설치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것은 만화가 단순한 문화예술의 영역을 벗어나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처럼 웹툰시장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어가고 있고 전국 지자체가 이를 지역발전의 한축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반해 울산은 그동안 너무 조용했다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울산정보산업진흥원에서 콘텐츠 육성지원과 함께 웹툰시장에 눈을 돌리고 지원방안을 찾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러한 관심 덕분에 지난 5월26일 울산만화웹툰협회가 만들어지고 시장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나아가 만화웹툰산업진흥조례 제정을 위해 오는 7월12일 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심포지엄도 계획하고 있다.

울산은 박재동 화백의 고향이기도 하며 만화애니특성화고인 울산애니원고등학교 등 풍부한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앞서간 지자체 사례를 벤치마킹한다면 울산에서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만화웹툰 시장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으로 낙관한다.

그러한 역할에 울산만화웹툰협회가 함께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일이다.

김봉재 울산만화웹툰협회 회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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