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기엔 단순히 과열경쟁이라고 하겠으나 지자체들은 이건희 미술관이 지역경제활성화, 문화수준 향상, 국토균형발전 등 일석삼조의 기회라고 보고 있다. 유치경쟁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정부가 비수도권이 아닌 서울에 이건희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수도권 과밀화, 지방도시 소멸, 문화격차 심화 등으로 이미 국가적, 시대적 소명이 돼 있는 국토균형발전의 중요한 기회를 쉽게 날려 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문화시설의 수도권 집중으로 비수도권 국민은 문화적 기본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전국 국·공·사립 문화기반시설 36%가 수도권에 있고 이 중 국립문화시설 48%가 수도권에 있다. 최근 10년간 세워진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 21곳 중 38%인 8곳이 수도권에 있고 올해 완공될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인천에, 2024년에 지어질 국립한국문학관은 서울에 건립 예정이다.
이건희 미술관 서울 건립이 발표되자 유치경쟁에 나섰던 지방도시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박성민(울산 중)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부산·울산·경남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 균형 발전의 기회를 문체부가 걷어차고 있는 꼴”이라며 “당장 국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이건희 기증관 유치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치에 나섰던 부산시는 “지역에 대한 무시이자 최소한의 공정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대구시는 “비수도권을 대상으로 공정한 절차에 따라 대상지를 다시 선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로 마무리될 일이 결코 아니다. ‘이건희미술관’이란 이름으로 모든 기증품을 한데 모아 전시하는 방안도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반드시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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