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신고 경험자의 절반 이상(53.8%)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 중 69.2%는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경험했다. 불이익은 ‘징계, 근무 조건의 악화’(61.1%)가 가장 많았고, ‘괴롭힘, 따돌림 등’(33.3%), ‘해고’(5.6%) 순이었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최근 직장인 1277명 대상으로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변화를 물었더니 응답자의 77.8%가 ‘체감하지 못한다’, 50.1%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지난달 서울대에서는 기숙사 휴게실에서 청소노동자가 숨진채 발견돼 사망원인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직장내 갑질이 있었느냐 여부를 둘러싸고 노조와 대학측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유족들은 평소 이 씨가 정원이 196명인 기숙사 건물을 혼자 맡아 지나치게 많은 업무량과 상사의 부당한 지시, 군대식 인사 관리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특히 청소노동자들에게 청소 업무와 무관한 건물 이름을 영어와 한자로 쓰도록 하는 등 시험을 보게 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 측은 외국 유학생들이 많은 곳이어서 직무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공동조사단을 통해 이번 일이 직장 내 갑질 행위인지 단순한 직무교육인지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날마다 지속적인 괴롭힘과 무시, 모욕, 폭언 등을 당하면 누구라도 견딜 수가 없게 된다. 특히 업무 외적인 일이나 사소한 이유로 교묘하게 상대를 괴롭히는 사람들도 많다. 이 때문에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서 퇴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은 갑질의 사각지대다. 법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보완 작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가해자는 적절하게 처벌하고, 신고자는 적극 보호하는 규정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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