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일상 곳곳이 코로나19의 흔적들로 채워지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데가 있다. 바로 아동학대이다. 아동학대는 코로나에 상관없이 여전히 광범위한 곳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아동학대는 인간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최악의 범죄이다. 아동학대는 대개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유기 또는 방임 등의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런 아동학대는 대부분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자력구제의 어려움, 후유증의 심각, 피해 학생의 학교폭력 연루 등의 특성을 보인다. 아동학대의 원인으로는 부모의 개인사, 정신질환, 스트레스 해소를 꼽을 수 있는데, 시대에 뒤떨어진 법 조항도 한몫한다,
우리나라 부모 중에는 ‘내가 키운 내 건데, 어떻게 취급하든 내 권리이고, 내 마음’이라고 엄연히 한 명의 인간인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동에 대한 소유개념이 인권개념과 합치되지 못했을 때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아동학대의 범인은 부모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친아버지가 1위, 친어머니가 2위이다. 여기에서 부모는 친부모와 계부모를 모두 포함한다. 친척 어른이나 주위 사람,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교사, 동네 누나, 형, 언니 오빠, 동네 아저씨 아줌마와 같은 부류가 있고, 특히 형제자매가 가해자인 경우도 많다. 가족들이 가해자인 경우, 무시와 방관, 심지어 덮으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아무도 모른다>라는 영화가 있다. 2005년 일본에서 만들어진 영화인데, 부모의 방임과 주위의 무관심 속에서 아이들이 겪게 되는 비극을 다루고 있다. 나의 이야기이고 내 주변의 이야기인데,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몰라서 모르는 경우가 있고 알아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애써 외면하기도 하고 가족의 일이니까 하고 당연한 것처럼 넘어가기도 한다.
동학의 3대 교주 손병희는 어떤 경우든 아이는 때리지 말라고 했다. 아이도 어른과 같이 존중받아야 할 인격이라고 했다. 오륜(五倫) 중에 부자유친(父子有親)이 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사랑함이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부모도 자식도 서로를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는 말이다. 본래 효(孝)라는 것은 자식이 부모에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것도 포함한다. 온 세상에 부모 같은 부모만 존재했으면 좋겠다. 송철호 문학박사·인문고전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