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글은 물을 소재로 삼았다. 요즘같이 더운 날 목마를 때면 수돗물이나 우물물을 벌컥벌컥 마셔대던 때가 있었다. 물은 도처에 흘러넘치는 거라 돈을 주고 사는 것은 바보짓이라 여겼다. 선진국에서 물을 사 마신다는 얘기를 듣고는 기가 찰 노릇이라고 했었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물을 판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요즘은 어떠한가? 수많은 ‘주식회사 김선달’, 즉 생수 회사들이 있다. 물은 사서 먹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이제 물 긷는 일은 산업이 되었다. 그 물 산업에서의 패권 다툼, 그 중에서도 지식재산분쟁 즉 특허와 상표 이야기를 주제로 삼아보기로 한다.
물을 발명할 수 있나? 자연에 존재하는 ‘물 자체’는 발명의 대상이 아닌 발견의 대상이다. 그러나 물에 ‘관한’ 발명은 무궁무진하게 있을 수 있다. 음용수를 만들어내는 정수기, 고순도 증류수, 생수병 등. 과거에 필자도 특수하게 개량한 생수병을 발명한 적이 있다. 이러다 보니 발명특허를 둘러싼 분쟁도 잦고, 물 관련 기술개발 및 특허 획득의 중요성도 점차 부각되고 있다.
이슈가 되고 있는 물 전쟁의 예로 정수기 회사 간의 소송전을 들 수 있다. 유명 정수기업체 코웨이와 청호나이스는 얼음정수기 특허를 두고 7년간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발단은 청호나이스 측에서 코웨이가 ‘이과수 얼음정수기’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를 제기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1심에서 코웨이는 패소 판결을 받아 이에 대항하고자 특허심판원에 청호나이스의 특허에 대한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특허무효심판은 침해소송을 제기당한 회사로서는 가장 강력한 대응책으로, 특허 무효가 받아들여지면 특허 침해도 성립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 특허무효심판이 소송화되어 특허법원을 거쳐 대법원에서의 일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맞서 ‘초순수(Ultra Pure Water)’ 국산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이 ‘초순수’는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물속의 유기물, 이온 성분 등의 각종 불순물 제거를 위해 엄청난 수처리 기술이 동원되어야만 생산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는 일본이 초순수 특허의 71%를 점하고 있어 우리로서는 기술독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물에 국가산업의 생사가 걸릴 수도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상표 이야기로 들어가 본다. 2020년 기준 국내 생수 공장 수는 56곳이고, 생수 브랜드는 225개라고 한다.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생수 상표를 검색해보니 출원 중이거나 등록된 상표가 약 3만 건 가까이 검색된다. 이는 사용되지 않는 저장상표가 대부분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상표출원 절차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여하튼 시판 생수 브랜드가 생수 공장 수보다 많다는 것은 같은 물이 브랜드에 따라 차별화된다는 뜻으로 가히 상표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한다. 더불어 물에 관한 상표분쟁도 만만치 않다. 수년 전 제주 삼다수와 제주 한라수의 생수 상표분쟁이 화제였는데, 라벨의 도형 유사 여부 등이 논란이 되었고 잇따른 절차 끝에 결론은 삼다수의 일부 승소로 마무리되었다.
매년 3월22일은 물의 날이다. 1992년 유엔 총회(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에 의해 선포되었다고 한다. 3월보다는 오히려 요즘처럼 더운 여름에 더욱 물을 찾게 되고 물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물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글이 잡다하니 물처럼 싱거운 구성이 되어 버렸다. 더운 여름 물을 찾아 떠나보는 것은 그지없이 좋겠지만 코로나가 발목을 잡는다. 결국 떠날 사람 떠나겠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다. 더욱 더운 여름이다. 그래도 언젠가 맞이할 시원한 폭포 같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상상하며 다시금 힘을 내본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