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대에 키보드와 아코디언, 기타가 놓여 있었다.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붉은노을’ 등의 노래도 흘려나왔다. 강의 시작 전 강의실에 들어선 제11기 비즈니스컬처스쿨(BCS) 수강생들은 다소 놀란 듯 쭈뼛거리기도 했다.
지난 19일 울산 남구 달동 CK아트홀에서 진행된 ‘나름 가수’ 장유정 단국대학교 자유교양대학 교수의 BCS 강의는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출발했다. 디지털 싱글앨범도 발표한 장 교수는 ‘마이크 앞에 선 여성들’을 주제로 노래와 강연을 번갈아 하며 수강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장 교수는 한국 대중문화가 탄생한 시기를 1920년대로 규정하고, 대중음악이 꽃 핀 것은 ‘JODK’ 즉 경성 방송국이 개국한 1927년으로 봤다. 이 시기 콜롬비아 음반회사도 설립되면서 배우출신 가수 강석연, 이애리수, 이경설에 전통과 현대를 이어주는 기생출신 가수 왕수복, 선우일선, 김복희, 이은파, 이화자가 활약한데 이어 직업가수 박향림, 장세정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여기에 장 교수는 서양화가로만 인식되던 나혜석이 문인으로 가수로 활약한 이야기도 꺼내 놓았다. 전통을 거부하고 ‘신여성’으로 결혼 후 붓을 놓지 않고 개인 전시회를 열고, 유럽과 미국을 여행하며 여성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 예술인으로 살아온 그녀의 생에 관해 이야기 했다.
나아가 장 교수는 황준익씨의 키보드 반주로 나혜석이 1922년 작사한 ‘노라’를 직접 불렀다. ‘나는 사람이라네, 남편의 아내 되기 전에 자녀의 어미 되기 전에 첫째로 사람이 되랴네,-중략-아아 소녀들이여, 깨어서 뒤를 따라오라,-후략’
장 교수는 “노랫말은 지금과 맞춤법도 곡의 느낌도 확연히 다르지만,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여성 개혁을 부르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기 위해 한현창씨가 등장하며 여리고 감수성이 풍부했던 윤심덕이 삶을 마치기 전 마지막으로 남겼던 ‘사의 찬미’를 연이어 들려줬다. 장 교수는 “사의 찬미를 쓴 윤심덕의 심정이 이해된다. 지금도 연예인들은 사람들의 말이 무서워 삶을 마치곤 한다. 여전히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무용가 최승희의 음악 이야기도 들려줬다. 장 교수는 한국 전통무용을 현대화 시켜 세계에 알리는 큰 역할을 했다. 1939년 파리에서 첫 유럽 공연을 했는데 2700여 명이 관람하기도 했다. 공연에 착용한 모자가 다음날 시중에 팔리기도 할 정도였다. 장 교수는 “당시 피카소가 관람하며 최승희의 모습을 스케치했고, 그 작품이 국내에 들어왔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이 말에 수강생들은 일제히 그 작품의 가치가 얼마나 될까 상당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장 교수는 최씨는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미국, 브라질, 페루 등지에서도 공연했고, 1936년 이탈리아에서 공연하던 중 직접 부른 ‘이태리의 정원’이라는 곡을 직접 들려줬다.
마지막으로 이난영과 김해송 부부가 자녀들을 당대 최고 인기 여성 보컬그룹 ‘김시스터즈’로 키워낸 이야기도 전했다. 수강생들이 집중한 가운데 장 교수가 내놓은 답은 ‘조기교육’이었다. 조기교육으로 미국 에드 설리번 쇼에서 어떤 악기든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장 교수는 울산에서 강의가 진행된 만큼 고복수의 ‘타향살이’를 부르며 강의를 마쳤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