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범상의 世事雜談(48)]“롯치올(롯데가 치고 올라간다)” 그 깜찍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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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범상의 世事雜談(48)]“롯치올(롯데가 치고 올라간다)” 그 깜찍한 희망
  • 경상일보
  • 승인 2021.07.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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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범상 울산대 명예교수·음악이론가

대전에 사는 나의 친구 W는 한화 이글즈의 광팬(狂Fan)이다. 마찬가지로 그는 나를 롯데 자이언츠의 광팬이란다. 롯데가 지면 나는 잠이 안 오고, 한화가 지면 그는 밥맛이 없어진단다. 롯데와 한화가 꼴찌 다툼을 벌이고 있던 지난 몇 달간 그와 나의 페이스북 대화는 정말 요란했다. 요즘도 한화는 굳건히 꼴찌를 지키고 있는 반면 롯데는 그나마 꼴찌와 약간의 승차를 유지하고 있어 나는 입 다물고 잠자코 있는 중이다. 그 친구 약이 바짝 오르면 울산까지 쳐들어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5월말 당시 꼴찌 롯데가 6연패(連敗) 당하던 날 나는 하도 화가 나서 ‘드디어 롯데 6연패 달성. 이곳 부울(釜蔚)지역에선 롯데를 ‘꼴데’라고 부른다. 롯데 팬클럽에서 탈퇴할 것을 심각하게 고민 중. 이참에 10연패 가즈아!’라고 페이스북에 올렸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곧바로 내 글에 댓글을 달았다. ‘아직 멀었어. 한화의 18연패 기록에 도달하려면 더욱 분발해야 돼.’ 한편 나의 팬클럽 탈퇴 엄포에 놀랐는지 롯데구단은 곧바로 허인회 감독을 래리 서튼으로 교체했다.

그런 중에 최근 W는 페이스북에 ‘한화 이글즈 28이닝 만에 첫 득점 성공!’이라고 올렸다. 나도 곧바로 댓글을 달았다. ‘꼴찌 삼총사 롯데, 한화, KIA를 청룡기, 황금사자기대회에 출전시키자’라고. 그러자 그는 나의 댓글에 다시 댓글을 달았다. ‘안 돼! 그 대회는 콜드게임 룰이 있어.’ 그래도 프로팀인데 고교팀에 콜드게임 당하는 수모를 겪게 할 수는 없지 않겠냐는 뜻이었다. 우린 롯데와 한화를 대상으로 경쟁적으로 자학(自虐) 개그를 날리고 있다. 코로나와 올림픽으로 KBO리그가 중단된 2021년 7월20일 현재 최하위 그룹엔 변함없이 꼴찌 삼총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최근 롯데가 소발로 쥐 잡듯이 꾸역꾸역 두 계단 위 8위로 ‘롯치올(롯데가 치고 올라간다)’하고 있다지만 솔직히 큰 기대는 없다.

그런데 최근에 지역별, 나이별, 남녀별 인구비례를 나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가장 인기 있는 구단 삼총사는 ‘기롯삼’이었다. 10팀 중 팬 층이 가장 두터운 구단은 광주의 KIA, 둘째는 부산의 롯데, 3위는 대구의 삼성, 그리고 4위는 대전의 한화, 그리고 인기순위 꼴찌는 KT였다. 그러고 보니 인기가 높은 팀들은 거의 바닥에 머물고 있는 반면, 인기가 가장 낮은 KT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팬 층이 두터운 구단일수록 선수들이 압박감을 느껴서 오히려 성적이 나쁜 것일까?

반세기 이상 야구에 푹 빠져 살아온 나의 경험에 의하면, 승패는 선수들의 눈빛에서 나온다고 단언한다. 그렇지 않다면 기량이 비슷한 두 팀이 11대0, 15대0 같은 스코어를 내는 이유를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선수들의 기량 특히 선발과 불펜의 두터움, 선수교체 타이밍, 타순배치 등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선수들의 눈에 독기(毒氣)가 서려 있으면 그날 그 팀은 이긴다. 예를 들어, 투수가 던지는 체인지업(Change-Up)도 어느 날엔 예리하게 꺾어져 타자가 손도 못 대는가 하면, 어느 날엔 밋밋한 느린 직구로 변해 난타(亂打)당한다. 이런 현상을 야구해설자는 그날의 컨디션 운운하며 설레발을 치지만, 나는 그 차이를 투수의 눈빛에서 읽는다. 야수들의 눈빛이 살아있으면 호수비(好守備)를 하게 되고, 이는 다시 투수의 호투(好投)로 이어지며, 타석에 들어서면 야구공이 배구공 만하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눈빛이 흐물흐물해지면 야수(野手)는 쉬운 공도 포구실수하고, 주자(走者)는 주루판단이 느려지며, 투수는 하위타선에게 사사구(四死球)를 내주고, 타자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의 한가운데 직구도 멍하니 쳐다보게만 되는 것이다.

9회말 20대0으로 지고 있는 상태에서 역전하겠다고 눈에 힘을 주고 덤비는 것은 참으로 바보스런 일이지만, 프로라면 지더라도 팬에 대한 예의차원에서 2~3점은 뽑아내고 지는 그야말로 쇼맨십 독기조차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7회에 5대0으로 이기고 있다고 눈의 힘을 풀어도 안 될 일이다. 지는 팀의 공통점은 눈에 힘줘야 할 때 힘을 풀어 역전 당하고, 눈에 힘 풀어야 할 때 쓸데없이 힘주어 다음 게임에까지 악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감독의 역할은 결국, 선수들의 눈에 힘줄 때와 힘 뺄 때를 가르치는 데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선수들의 기량은 사실상 거기가 거기이기 때문이다. 아직 시간 여유는 충분하니, ‘롯치올’ ‘한치올’하여 롯데, 한화 두 팀이 가을야구에라도 나가봤으면 하는 깜찍한 희망을 가져본다.

윤범상 울산대 명예교수·음악이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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