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번의 체험으로도 풍수해에서 생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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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번의 체험으로도 풍수해에서 생존할 수 있다
  • 경상일보
  • 승인 2021.07.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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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권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

필자는 20여년 전 초등학생인 아들의 손을 잡고 집 근처의 어린이회관을 자주 다녀오곤 하였다. 그 당시 어린이회관은 다양한 과학적 지식을 알기쉽게 제공하는 시설이었는데 비의 생성원리와 태풍의 발생원리를 축소모형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특히 거대한 태풍의 상승기류와 소용돌이가 발생되는 광경에 매료 되었던 기억이 생생하고, 이와 같이 직접 몸으로 체험했던 경험들은 오래동안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현재는 지역마다 기초과학 및 IT분야의 체험시설과 가족 또는 소규모 단체단위로 소방훈련을 체험할 수 있는 안전체험시설 등이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하지만 자연재난에 대한 특화된 체험시설은 거의 없는 실정이며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침수상황 체험시설’만 운영 중에 있다.

그동안 재난안전 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 인명피해 발생과 관련하여 느낀 점은 국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대피요령 중심의 정보제공이 부족하고 재난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 부족으로 계속되는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우기철 장마와 집중호우, 태풍으로 인해 최근 10년간 185명의 인명피해와 4조원 이상의 재산피해를 가져왔다. 이번 장마(2021년7월3~8일)도 전라남도 장흥에서 598.5mm(시간당 최고 78.5mm)의 폭우가 내렸고 전라남도에서만 급경사지 붕괴와 침수 등으로 2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였다. 자연재난은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 스스로 풍수해에 대응할 수 있는 체험위주의 교육이 매우 중요한 실정이다.

이를 위하여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는 국민들이 직접 몸으로 느끼고,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는 ‘침수상황 체험시설(2016~2021년, 2500여명 체험·견학완료)’을 운영 중에 있다. 체험시설은 총 4가지로 구성된다. 먼저 2016년 제18호 태풍 ‘차바’(2016.10.5.)의 위력을 기준으로 시간당 100mm 이상의 집중호우를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으며, 이러한 규모의 강우가 내리면 시야에 방해를 받는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다음으로 홍수가 발생하여 지하공간이나 집 안으로 침수가 되는 경우 현관문 외부의 수심이 40㎝ 이상 차오르면 수압으로 인해 문을 개방할 수 없어 탈출이 어려워지므로 미리 대피소로 이동하거나 차단기를 내리고 119에 신고하는 방법을 배운다.

또한 지하철이나 지하상가로 물이 넘쳐흐르는 경우 매우 빠른 유속이 발생하는데 이를 그대로 체험시설로 재현하여 대피방법을 습득하고 있다. 이런 경우 장화, 슬리퍼, 하이힐 등 헐거운 신을 신으면 대피시간이 2배 이상 걸리므로 맨발로 대피하는 것이 안전하며 난간을 꼭 잡고 대피함으로 위험요소를 줄이는 방법을 체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산 초량지하차도 사고와 같은 상황을 체험하는 시설도 운영 중이다. 집중호우로 인하여 도로가 침수되는 상황을 재현하여 내외부 수압차이로 인해 차량문이 열리지 않는 것을 체험하고 차량에 설치된 전기장치가 침수로 인하여 작동하지 않아 유리창도 열리지 않는 경우 탈출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차량의 유리창을 도구로 깰 수 없을 때 당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차량내부의 수위가 가슴높이까지 찬다면 차량문의 수압이 낮아서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힘이라도 쉽게 문을 열고 탈출할 수 있다. 탈출 후에는 신속히 높은 곳으로 대피하거나 몸을 지지할 것을 찾거나 차량위로 올라가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교육하고 있다.

이러한 침수상황 체험교육은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부터 소방, 경찰 등 재난 발생시 대응, 구조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 인력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해마다 언론홍보를 통하여 국민들에게 대피방법과 행동요령을 제시하고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재난에 대한 연구개발과 함께 학생들을 주요 대상으로 재난상황의 위험요소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다양한 체험시설을 개발하고 고령자 및 다문화 가족까지 체험을 확대하고자 한다. 풍수해에 대비하여 많은 국민들이 침수상황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이상권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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