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공공의료체계 강화방안’을 들여다보면 울산의료원 설립은 너무나 당연하다. 인구 15만명 이상의 의료 수요와 이동시간을 기준으로 전국을 70개 진료권으로 나눠 관리하기로 하고, 2025년까지 공공의료원 병상을 5000개 이상 늘린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하나의 진료권 안에 감염병과 중증응급대응기능을 맡을 의료기관이 없을 경우 400병상급 공공의료원을 신설(3곳), 이전(6곳), 증축(11곳)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했다. 신축이 시급한 지역의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국비 지원도 현행 50%에서 6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110만 인구의 광역시인 울산은 현재 공공의료시설이 아예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정부 기준에 따르면 당연히 가장 먼저 신축 대상에 들어가야 마땅하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신축예정지는 부산 서부권과 대전 동부권, 경남 진주권 3곳이었다. 신축 대상에 울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전국에서 광주와 울산만 공공의료원이 없다고는 하는데, 광주는 광주의료원만 없을 뿐, 광주보훈병원과 호남권역재활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이 8곳이나 되므로 현실적으로 울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울산의 공공의료시설은 시립노인요양원이 전부다. 두 도시의 현실이 완연히 다른데 광주와의 업무협약이 울산에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울산이 신축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국립산재전문공공병원 설립 때문으로 추정된다. 산재전문공공병원은 18개 진료과목 300병상 규모의 산재병원으로 2024년 개원한다. 개원 5년 후부터 심뇌혈관질환센터, 모자보건센터 등으로 추가해 200병상을 더 늘려 500병상 규모로 만들 계획이다. 표면적으로는 500병상의 공공의료시설 신축을 시작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진즉에 울산의료원 설립을 위한 타당성 용역을 통해 객관적 자료를 갖고 공공의료원 유치에 나섰어야 했던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타당성 조사는 진행 중에 있고 의료원 부지는 북구 창평동으로 확정했다. 그런데 부지 선정 결과를 두고 중구의 반발에 부딪힌 것도 곤혹스럽다. 중구의회는 지난 23일 긴급현안회의를 갖고 울산시에 의료원 부지를 북구로 결정한 시정조정위원회 회의록과 후보지 장단점 분석 결과 등의 자료공개를 요청하고, 항의 현수막을 게시하기로 했다. 갈 길이 바쁜데 발목을 잡는 것 같기는 하지만 중구민의 심정도 십분 이해가 된다. 무엇보다 먼저 공공시설 부지 선정에서 중구가 소외됐다는 인식을 해소해야 한다. 울산의료원 확보에 있어 광주와의 협약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울산시민들의 하나된 목소리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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