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의회의 ‘자료제출요구’와 지방자치단체의 ‘제출거부’에 따른 마찰과 논란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전국 지자체에서 오래 전부터 숱하게 발생한 해묵은 논란거리로, 최근 울주군의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부결 사태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헌법 제61조와 지방자치법 제40조에서는 의원의 서류제출요구 권한을 규정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38조 제2항에는 이러한 요구를 받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법령이나 조례에서 특별히 규정한 경우 외에는 그에 따라야 한다고 그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집행부를 감시·감독해야 할 의회가 집행부에서 기획되고 생성·관리되는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어찌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에 지방의회의 자료제출 요구는 의원의 권한으로 법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의원은 당연히 법령의 범위 내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열린 임시회에서 울주군이 제출을 거부한 자료는 제1회 추경안 편성 과정에서 각 부서가 기획예산실로 요구한 ‘세출예산 요구내역과 세부사업내역’이다. 군은 거부 이유로 ‘예산의 편성권 침해’를 내세웠다.
물론, 추경안이 의회에 제출되기 전 해당 자료를 요구한다거나, 그 자료를 바탕으로 의원이 편성에 개입한다면 이는 집행부의 고유 권한인 편성권 침해가 될 것이다. 이는 의원의 권한 남용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집행부가 최적안이라며 의회에 제출한 예산안을 심도 있게 심사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면 해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업의 적정성과 재원배분의 우선순위 등 추경안이 지역을 위해 올바르게 마련되었는지 비교 검토하기에 가장 유효적절한 자료가 바로 편성 과정에서 각 부서가 예산부서로 요구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해당 자료는 부서 간 제출된 공문서 형태로 존재하기에 공무원들의 업무에 큰 부담을 주는 과다한 요구도 아니며, 또 개인 정보 등 민감한 사항도 아니다. 더군다나 해당 자료는 지금까지 부서와 의원 간 공공연히 주고받던 흔한 자료였다.
그러나 집행부는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의회의 정당한 의정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이며, 군정을 잘 감시하고 견제하라며 군민들이 의회에 주신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의회의 정당한 자료제출요구에 집행부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의회는 그 역할을 감당해 낼 수 없게 된다. 의회 본연의 견제 기능은 점점 상실될 것이며, 향후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들 몫이 될 것이다.
집행부의 자료제출 거부와 관련 의회와의 갈등이 빈번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본 의원의 기권표가 제1회 추경예산안 부결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군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 하지만 집행부를 견제·감시하라는 군민들의 지엄한 명령을 지키기 위한 의원의 소신과 양심으로 이해해 주길 당부한다.
23만 울주군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를 존중하고 의원의 의정활동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주민을 받드는 집행부의 바람직한 자세이다. 양대 수레바퀴로 비유되고 있는 지방의회와 집행부가 균형을 이룰 때 ‘주민의 뜻’을 잘 수행하는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허은녕 울산 울주군의회 경제건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