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구유출 위기의 산업도시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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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인구유출 위기의 산업도시 울산
  • 경상일보
  • 승인 2021.07.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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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동형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

울산에서 인구유출이 대규모로 지속되고 있어 큰 충격이다. 우리나라 주력산업을 이끌고 일자리가 풍부해 산업화의 성공모델로 평가받던 울산이기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울산인구는 조선업 불황 등에 따라 2016년부터 매년 1만명 이상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으며 올해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인구대비 유출비율은 1%에 달해 전국 지자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과거 20대 초반 인구의 유출이 특징이었다면 현재는 전 연령대에서 일어나고 있다. 유출규모면에서 20대가 매년 5000명 수준으로 절반을 차지하고 30대는 과거 2000명수준으로 유입되었으나 현재는 정반대로 1800명수준으로 유출되고 있다. 최근 추세를 보면 인구유출이 경기변동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현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현재와 같이 매년 1만명수준의 인구유출이 지속되면 울산이 언젠가 광역지자체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인구가 유출되는 건 쉽게 이야기하면 타지역에 비해 도시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에서 인구가 왜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는가? 과거에는 20대 초반에서만 인구가 유출되었는데 이제는 전 연령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조선업 불황 등 울산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그간 잠재되었던 산업 및 도시생태계의 여러 문제점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인구가 대규모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산업측면에서 보면 울산은 기술개발-생산-판매로 이어지는 기업생태계가 와해되어 현재는 주로 생산기능만을 담당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는 대부분 기업의 본사나 연구소 등지에서 만들어지고 있고 생산공장도 자동화가 진전되어 과거와 같이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간의 울산 산업추이를 보면 대기업·중견기업의 본사나 연구소는 대부분 울산을 떠나고 생산공장과 생산공정연구소만 남아있다. 청년들은 좋은 일자리를 찾는데 울산의 산업구조로는 이를 충족시킬 수가 없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울산 청년들의 타지역 대학 진학을 위한 인구유출은 과거부터 심각한 문제였다. 울산의 인구와 산업생산력을 볼 때 2개뿐인 4년제 공과대학 수(그중 1개는 대학원중심)는 터무니 없이 적다. 산업현장에는 아직 이공계 인력 수요가 많은데 울산 학생들은 타지역 대학을 위해 떠나고 있다. 산업이 고도성장할 때 엔지니어 중심으로 인력공급에 관심을 가졌다면 울산산업이 더욱 발전하고 대학진학을 위한 청년인구 유출을 어느정도 제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주거환경도 노후화된 도심, 물가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대규모 산업단지가 위치한 여건으로 부산, 양산 등 주변 도시에 비해 불리해 지고 있다. 특히 울산과 인접한 해운대를 중심으로 정관, 일광 신도시의 조성 등으로 적지 않은 인구가 빠져나가고 있다.

울산은 이제 간헐적이고 단편적인 투자로 인구감소를 막을수 없는 상황이 되고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 및 교통혁신, 수도권 집중화 및 주변 도시 발전 등 제반 여건의 변화속에서 장기적인 도시미래를 구상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핵심적인 사항은 울산이 공장도시에서 탈피해 명실 상부한 산업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냐에 있다. 하드웨어적인 공장투자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의 본사나 연구소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지방정부의 역량만으로 한계가 있으므로 중앙정부와의 협력아래 기업 본사나 연구소의 지역분산을 촉진해 나가는게 시급하다. 이와함께 많은 학생들이 대학 입학을 위해 타지역으로 전출하고 있으므로 이를 흡수할 수 있는 신규 공과대학 설립이나 분교 유치를 서둘러야 한다. 현재 산업활동을 유지하고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현재의 공과대학 수와 인력공급으로는 어렵다. 그리고 울산도 교통이 편리하고 성장축에 해당하는 전략적 지역에 시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주거단지를 개발해야 한다. 당면한 인구유출위기는 산업침체에서 비롯되었지만 원인은 공장중심의 투자, 교육, 주거 등 복합적이다. 울산이 고도성장기에 잠복해온 이러한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고 종합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위기를 극복하고 명실상부한 산업도시로서 다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차동형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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