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시립미술관 1호 소장품 ‘거북’이 옛교육연수원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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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울산시립미술관 1호 소장품 ‘거북’이 옛교육연수원에 왜?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1.07.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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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 개관 예정인 울산시립미술관의 1호 소장품이 백남준의 작품 ‘거북 Turtle’로 결정됐다. 울산시립미술관은 ‘거북’을 비롯해 ‘시스틴 채플’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 등 백남준 작품 3점을 함께 구입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첨단 미디어아트 작품의 상시 전시를 통한 차별화된 전시 콘텐츠’를 지향하는 울산시립미술관이 백남준의 작품을 확보할 것이란 짐작은 어렵지 않았으나 1호 소장품이 ‘거북’인 것은 기대치를 뛰어넘는 성과다. 울산은 우리나라 미술의 시원인 ‘반구대 암각화’를 품고 있는 도시가 아니던가. 이 선사시대 암각화는 거북이 걸어나오는 모양을 닮은 반구대(盤龜臺)에 자리한 약 10m 크기의 바위벽에 새겨져 있다.

‘거북’은 백남준의 전성기 시절인 1993년에 제작됐다. 164개 모니터가 10×6×1.5m 크기의 거북모양으로 구성된 대작으로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거북’은 그동안 한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전시장 중앙 등 여러 곳에서 전시됐으나 어떤 곳에서도 작품의 아우라는 다 담아내지는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내전시에서 유일하게 호평을 받은 곳은 지난 2016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백남준의 10주기를 맞아 열린 ‘백남준쇼’에서다. 시대를 앞서간 백남준의 안목과 현대 과학기술이 기막히게 들어맞은 연출 덕택이기도 했지만 곡선이 두드러진 DDP 건축물과의 조화도 가히 각별했다.

그 ‘거북’이 현재 공정률 80%를 넘기고 있는 울산시립미술관의 1호 소장품이 된다는데, 문제는 전시장이다. 새로 짓는 시립미술관이 아니라 동구에 있는 옛 울산교육연수원에 전시한다고 한다. 울산시립미술관이 ‘거북’을 수용하기에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로 꼽힌다. 3개의 전시장을 가진 시립미술관에서도 전시가 가능하긴 하지만 하나의 전시장을 온전히 내주고는 미술관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많은 미술관들이 건축설계를 하기 전에 이미 소장작을 결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호 소장작을 시립미술관과는 차량으로 30분 이상 떨어진, 미술관도 아닌 곳에 전시를 한다. 고육지책이겠으나 아무래도 마뜩잖다. 이미 폐쇄된 교육연수원을 미술관으로 바꾸거나, 시립미술관 옆 옛울산초등학교에 백남준관을 만들거나, 중부도서관 부지의 예술전문도서관을 활용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두고 시급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에 앞서 일단은 울산시가 찾아낸 옛 교육연수원에서 백남준의 ‘거북’이 갖고 있는 아우라를 최대한 끌어내는 전시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미술애호가들이 울산시립미술관 개관기념전에서 5년 전 DDP에서 느꼈던 그 가슴 벅찬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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