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상공회의소가 지난 5월과 6월 두차례에 걸쳐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부품 제조회원사 200개사 중 48개사 회신)를 대상으로 실시한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현황조사’에서 ‘친환경차 전환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75%가 ‘여력이 없다’고 답했다.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상당수 외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이미 친환경차로 생산체제를 완전히 전환하는 등 세계적 자동차시장이 변화의 물결에 진입했음에도 울산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2,3차 현대차 협력기업들의 애로가 크다. 이들 부품업체의 87.5%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입었으며 그 밖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37.5%)’ ‘주52시간 근무제 시행(25%)’ ‘중대재해기업처벌법(16.7%)’ ‘최저임금상승(16.7%)’ 등 눈앞에 닥친 파고를 넘어서기도 버거워 하고 있다. 이미 매출감소(33.3%)와 생산물량 감축(31%) 공장가동중단(24.1%) 납품지연(7.1%) 등을 경험했다.
문제는 이들 기업들이 ‘자체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다(38.7%)’는 것이다. 단순하게 ‘근무시간 단축 및 연월차 사용 독려(25.8%)’와 ‘업무전환 등 근무 조정(19.4%)’ 등으로 일부 대응을 하고 있을 뿐이다. 외부에서 불어오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아무런 준비도 돼 있지 않다. 당장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한 반도체 국산화, 금융지원은 물론이고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 마련에 울산시가 나서야 한다.
세계 자동차 산업은 ICT 등 첨단산업과 융복합되면서 친환경·지능화 등 서비스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변화되는 것은 물론, 자동차 생태계도 배터리·통신기기 등 부품을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자동차도시를 뛰어넘어 퓨처 모빌리티(future mobility) 시대를 울산은 어떻게 맞을 것인지, 더 늦기 전에 자동차 부품업체들과 함께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혹여 미래에 대비하지 못한 ‘자동차 도시’들의 불행을 답습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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