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몸이 외부 자극으로부터 느끼는 감각은 다섯 가지, 즉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 분류하고 우리는 이것을 오감이라 한다. 오감 외에도 심부감각, 내장감각, 평형감각이 있다. 오감은 신체활동 능력이나 업무나 취미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오감 중에 신체활동에 가장 크게 미치는 것은 눈을 통해서 자극이 뇌로 전달되어 사물을 인지하는 시각이다. 그리고 시각이 어느 정도인지의 척도를 나타내는 것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력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시력이 좋지 않을 때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거나 라식과 같은 굴절교정 수술로 사물을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백내장과 같은 수정체의 혼탁으로 인해 시력이 나빠지면 인공수정체나 다초점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로 시력을 좋게 한다. 지금까지는 이처럼 한 눈으로 보든 두 눈 동시에 보든 시력만 좋으면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세상은 물론 눈에 더욱 의존하게 될 4차 산업의 세계에서는 시력이 좋은 정도만으로는 업무를 수행하거나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눈은 선명하게 사물을 보는 역할뿐만 아니라 주시 거리가 달라도 선명하게 편하게 오래 볼 수 있는 조절 기능이 있으며, 어떤 경우는 정지된 물체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 보거나 한곳을 보다가 다른 곳을 보는 안구의 추종 운동 기능과 충동 운동 기능도 있다. 또한, 사람과 물체가 함께 움직일 때 원만히 볼 수 있는 귀의 전정과 안구의 추종 운동을 동시에 작용하는 기능도 있다. 그리고 평면 상태의 물체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3차원의 공간 상태나 거리가 변하고 속도를 갖는 물체를 보면서 공간과 거리, 속도를 감지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이와 같은 눈의 여러 기능이 상호 유기적인 상태에서 사물을 주시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 기능 중에 하나라도 문제가 있거나 유기적인 관계가 원활하지 못하면 많은 불편함이 발생한다.
한 가지 중요한 예로 우리가 운전할 때 한쪽 눈으로만 사물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면 두 눈으로 볼 때 보다 시야가 좁은 것을 제외하고 두 눈으로 볼 때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한 눈만으로 볼 때는 두 눈 동시에 사물을 볼 때 보다 거리감이 현저히 낮아질 뿐만 아니라 공간과 속도의 감각도 함께 낮아져 사고의 위험은 커진다. 또한, 두 눈 동시에 사물을 볼 수 있어도 눈의 여러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고 두 눈의 조화가 적절하지 않을 때는 지속해서 사물을 편하게 볼 수 없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가 가중되어 집중력이 떨어지고 최악의 경우 졸음운전도 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어지럼증이나 과다한 눈 사용으로 두통이나 피로, 졸음과 같은 증상이 있다면 눈의 기능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눈이 사물을 선명하게 볼 수 있고 안과적인 질환이 없는데도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눈의 기능 이상은 개인의 삶에 있어서 질적 저하는 물론 경제적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건강검진 때 실시하는 시력 검사나 안과 병의원에서 검진하는 안과 질환의 검사만으로 눈의 불편함을 모두 판단할 수 없다. 선진외국에서는 눈검사를 전문으로 하는 검안사가 눈의 기능검사와 처방을 담당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그 일부를 안경사가 담당하고 있지만, 사회적 인식이 낮다 보니까 아직 체계화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국민의 눈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눈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달라져야 하고,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선진외국과 같이 좀 더 체계적인 눈관리가 이루어지는 상황을 앞당길 것이라 여겨진다.
김재도 전 경운대 안경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