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진상규명과 2차피해 예방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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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진상규명과 2차피해 예방이 우선
  • 신형욱 기자
  • 승인 2021.08.05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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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욱 사회부 부장

울산지역 한 성인장애인시설 교장의 사망소식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27일 당시만 해도 한 진보인사의 안타까움 죽음 정도로 전해졌다.

한 울산시의원은 페이스북에 “님은 갔습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민주화운동에 앞장서던…. 잊지 않겠습니다”라며 애도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5일가량 게재된 뒤 내려진 이 글에는 명복을 비는 댓글이 이어졌다.

하지만 같은 날 언론을 통해 고인이 해당 시설의 한 성인장애인을 11개월가량 성폭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급박해졌다. 경찰이 조사에 착수하려던 찰나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도 더해졌다.

한 언론은 울산판 도가니 사건이라고 칭했다.

이에 울산상담소 시설협의회, 울산여성연대, 울산인권운동연대, 울산시민연대 등 37개 단체는 ‘여성장애인 성폭력피해자지원과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무한한 책임감’ ‘통렬한 반성’ ‘사과’ 등을 언급하며 성폭력을 기정사실화했다. 비대위는 더 나아가 시·시교육청 등과의 협력을 통해 피해자 지원과 2차 피해대책 마련, 추가 피해사례 파악을 위한 전수조사와 심리치료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반면 해당 시설에 예산을 지원해온 울산시와 울산시교육청은 언론을 통해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지 4~5일, 비대위가 구성된 지 2~3일이 지난 8월2일 오전까지도 공식 입장발표가 없었다.

이후에도 언론보도가 지속되자 시는 2일 오후, 시교육청은 4일 오후에야 사과와 함께 전수조사 방침을 밝혔다.

이같은 일련의 전개 과정에 의아해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A씨의 사망소식이 알려진 지 만 3일도 되지 않아 비대위는 ‘성폭력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확인했다. 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사건 접수 단계였던 경찰은 수사 착수도 하지 않은 시점이다. 시와 시교육청은 일련의 과정을 볼 때 현황 파악조차도 되지 않은 때다. 아니면 시와 시교육청이 상황을 알면서도 쉬쉬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A씨가 민주화·장애인 인권신장에 앞장서 와 해당 진영 인사들로부터 존경받는 대표적 진보인사라고 알려진 점이 여러가지 억측(?)을 더해갔다.

게다가 송철호 시장, 노옥회 교육감과도 오랜 기간 인연을 유지해왔다. 민선7기 들어 A씨는 시와 시교육청 산하 각종 위원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해왔고, 예산지원을 받는 단체활동도 했다.

무엇보다 일련의 과정에서 피해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점은 우려스럽다. 피해자 보호와 조사, 재발방지를 강조하는 비대위에도 A씨와 관련 있는 단체가 포함돼 있어 오히려 2차 피해 우려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체조사나 전수조사의 신뢰성 확보가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한다.

사건 조사와 처리에 있어 실체적 진상규명과 2차 피해 방지, 사건 재발 방지가 무엇보다 중요함은 명확하다. 이를 위해 모두가 공감하고 인정할 수 있는 신속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진영 논리가 반영돼서도 안된다. 시와 시교육청이 무엇보다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시가 잇따라 언론과 기자들에게 2차 피해 우려 협조(?)공문을 보내는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실체적 진실규명과 재발대책 마련을 위해 정식 수사의뢰가 우선이 됐으면 한다. 신형욱 사회부 부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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