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19)]태화루에 고(告)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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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의 反求諸己(19)]태화루에 고(告)함
  • 경상일보
  • 승인 2021.08.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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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철호 문학박사·인문고전평론가

태화루 관련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구비문학 쪽으로 하려고 했었는데, 태화루 관련 설화나 민요 등의 자료가 너무 없어서 곤란할 지경이었다. 지배층 중심의 기록문학과는 달리 구비문학은 피지배 기층민중의 의식의 산물이다. 구비문학은 적층문학이니 오랜 세월 동안 그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태화루에 관한 당대 울산 사람들의 마음을 엿보기에는 구비문학만한 것이 없다. 구비문학 작품이 별로 없다는 사실은 긴 시간 동안 태화루가 울산 사람들에게 친숙한 공간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태화루에 관한 문헌 기록은 많다. 관련 역사 기록도 있고, 한시 작품들은 제법 많이 존재한다. 물론 태화루에 관한 기록과 기억들은 모두 소중하다. 그런데 <삼국유사>나 <동국여지승람> 등의 역사적 기록들은 대동소이하며, 한시 작품들도 음풍농월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나마 한시 작품을 남긴 사람들은 대부분 울산에 관리로 부임해온 사람이거나 잠시 다녀간 양반사대부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태화루를 노래했지만, 그들의 글에 울산에 관한 속속들이 이야기나 울산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는 내용은 드물다.

지금의 태화루가 영남의 3대 누각이라는 표현은 출처가 불분명하며, 공통된 시각 속의 영남의 3대 누각은 아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복원이라고 하기에도 다소 무리가 있다. 사실 3대니 4대니 하는 것은 굉장히 자의적이어서 사용하기에 적합한 표현은 아니다. 태화루는 촉석루나 영남루만큼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 아니며, 심지어 울산 사람들에게조차 그렇게 친숙한 공간이 아닌 게 현실이다. 내용이 구체적이거나 다양하지 않고 콘텐츠가 새롭지 않으면 구호는 허황할 뿐이다.

태화루는 400여 년간 기록과 기억 속에서만 존재했다. 긴 세월 동안 없다가 갑자기 불쑥 나타났으니 그런 게 당연하다. 태화루 관련 기록들을 찾아서 드러내어 알리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태화루에서 바라본 풍경은 촉석루나 영남루, 여타 다른 누각들보다 그 이상이다. 규모 면에서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주변 인프라도 나쁘지 않다. 태화루를 화석 속에서 꺼내어 울산 시민들의 마음속으로 가져갈 수 있다면, 태화루는 울산 시민이 사랑하는 울산 시민의 친숙한 공간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송철호 문학박사·인문고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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