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울산지역 아파트 증여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들이 정부의 보유세 등 세금 강화에 대응해 자녀에게 주택 증여를 서두르는 것이다.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울산지역 아파트 증여 건수는 101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58건)보다 121.4% 증가했다. 2006년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증여가 이뤄졌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는 4만7282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3만5454건 대비 33.3% 증가했다. 지난해 대비 올해 상반기 증여 건수 증가율은 7대 광역시 중 울산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부산이 60.3%, 대구가 43.4%, 대전이 21.8%로 크게 늘었고, 인천은 1.4%, 서울은 0.8% 증가하는데 그쳤다. 광주는 지난해보다 증여 건수가 27.3% 감소했다.
올 상반기 울산지역 구·군별 월평균 증여 건수를 살펴보면 중구가 362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남구(234건), 북구(232건), 울주군(124건), 동구(62건)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달 울산 북구의 아파트 증여는 155건으로 전달(9건)보다 17.2배 급증했다. 이는 2006년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다. 정부는 지난 6월1일 보유세와 양도세 중과 조치를 앞두고 시장에 다주택자 매물이 대거 출회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보유 주택을 시장에 내놓기보다 증여로 우회하면서 기대했던 정책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다주택자들의 증여 행렬은 재산세 부과 기준일인 6월1일을 넘겨서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울산지역 아파트 증여 건수는 239건으로, 전달(196건)에 비해 21.9% 증가했다.
문제는 증여가 이뤄진 아파트는 최소 5년간 시장에 매물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증여받은 매물을 5년 이내에 팔면 증여 가액이 아닌 당초 증여자(부모 등)가 취득한 가격으로 양도세를 계산한다. 즉 최소한 5년 이상은 보유해야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양도세를 완화해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울산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양도세와 종부세 등 부동산 세금은 정권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다주택자들 사이에서 증여세는 언젠가는 내야 할 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증여로 인해 매물이 잠기면 결국 수요자들이 매수할 수 있는 물건이 사라지게 된다. 최근 증여건수 증가 원인은 결국 양도세다. 양도세를 완화해서 매물로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울산 남구 소재 세무법인 대표는 “자녀 증여뿐만 아니라 배우자 증여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1세대 1주택자도 양도가액 9억원 초과분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그런데 9억원을 넘는 고가 아파트가 많아지면서 배우자 50% 증여를 하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절감할 수 있어 배우자 증여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